저마다의 가을을 찾아낸 어린 시인들의 노래
차가운 흙 한 줌에서 가을 내음을 찾아낸 무성이
귀청 떨어질 정도로 울어 대는 귀뚜라미 소리에 깜짝 놀란 규연이
새빨간 홍시가 온 세상을 가득 채운 듯한 그림을 그린 일겸이
사정없이 부는 바람에도 서로에게 기대어 견디는 코스모스를 눈여겨본 호인이
나뭇잎도 서로 다른 소리를 낸다는, 커다란 발견 앞에서 좋아하는 효준이
늦가을 벼를 베고 남은 벼 뿌리를 보며 고생했다 말해 주는 치근이
예쁜 말벌 한 마리에게 따뜻한 가을볕 한 줄기 내어주고 싶은 예은이
그리고 은행잎 침대 위에서 동무들과 마음껏 뛰어노는 이채린 선생님 반 아이들,
다 같이 자전거를 타며 온몸을 가을에 내던진 윤일호 선생님 반 아이들이
우리 곁에 와 있는 가을을 생생하게 펼쳐 보여 준다.
해마다 돌아오는 가을이지만, 아이들 시를 읽다 보면 똑같은 가을이 없다. 때마다, 곳마다, 사람마다 모두 다른 가을이 우리를 기다린다. 나만의 가을을 찾는 길, 아이들 시를 이정표 삼아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뎌 보면 어떨까?
지금, 여기를 눈여겨보고, 귀 기울이는 사람에게는 귀뚜라미가 살짝 귀띔해 줄지도.
끼리리릭 끼리리릭 끼리리릭 끼리리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