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1장 공격과 방어의 기술
1 가정을 폭파한다: 유시민의 인간과 돼지
2 반대 의견을 예상하고 대응한다: 소크라테스의 반론 상상
3 큰 권위를 빌린다: 정재승의 유명한 실험
2장 자아 긍정의 화법
4 에토스를 강화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어깨
5 조건문으로 자기 자랑하기: 김영하의 언어 감수성
6 자부심을 숨기거나 대체한다: 아인슈타인의 전율
3장 굽힘과 포용의 표현 전략
7 내 말을 내가 스스로 고친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메타노이아
8 아포리아, 모른다고 말하고 신뢰를 얻는다: 이적의 쓰레받기
9 상대가 옳다고 인정해준다: 정재승의 긍정과 수다
10 주장의 강도와 폭을 조절한다: 최재천의 아름다움
4장 긴장과 집중력의 문장들
11 서스펜스를 일으킨다: 김훈이 글을 쓰는 이유
12 ‘~가 아니라 ~이다.’라고 주장한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벌레
13 가장 쉬운 방법을 알려준다: 유현준의 디자인 감각
14 유일한 걸 알고 있다고 말한다: 유발 하라리의 돈 이야기
5장 모순과 가심假心의 언어 전략
15 패러독스, 모순적인 주장을 한다: 오스카 와일드의 역설
16 아이러니, 마음과 다르게 말한다: 스티븐 호킹의 행복과 장애
17 아포파시스, 안 하는 척 말한다: 키케로와 손석희의 약속
6장 혼돈과 반전의 서사 능력
18 함정에 빠뜨린 후 구해낸다: 김상욱의 함정 파기
19 상식 초월 화법을 활용한다: 버트런드 러셀의 걸인과 백만장자
20 앞부분 의미 역전하기: 스티븐 킹의 심장
21 섬뜩하고 무서운 표현을 쓴다: 수전 손택의 암덩어리
7장 반복의 언어 기술
22 단순 반복을 피한다: 한강의 무의식적 회피
23 붙여 반복하기와 띄어 반복하기: 이어령의 마지막 인사
24 첫말 반복, 끝말 반복, 중간 말 반복: 노무현의 큰 사람
25 뿌리가 같은 말을 반복한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사랑론
8장 감정과 감각의 수사
26 ‘더’ 비교급 표현을 쓴다: 박완서의 응원
27 감각적
책 속에서
미국의 언어학자 스티븐 핑커의 《언어본능》에 나오는 이야기다. 한 사람이 말을 하고 있는데 가로막았다가 다시 말을 시작하게 한다고 하자. 그 사람이 문법과 의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단어는 평균 10개이다. 즉 10개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가 두 단어로 된 문장을 말한다면 그는 10 곱하기 10, 즉 10의 2제곱 중 하나를 고르게 되는 것이다. 만일 20단어로 이루어진 문장을 말한다면 그의 총 선택지는 10의 20제곱이다.
10의 20제곱은 상상하기 어려운 숫자이다. 수천억, 수천조, 수천경보다 막대하게 큰 수이다. 바로 1해(垓다. 20 단어로 된 문장을 말한 당신은 1해 개의 문장들 중 하나를 고른 것이다. 물론 각 언어마다 수치가 조금씩 다르겠지만 이건 부정할 수 없다. 말을 한다는 건 우주적 사건인 것이다. 단어 선택만 해도 사막의 모래산에서 딱 맞는 빛깔과 크기의 모래 한 톨을 골라내는 일이다. 그러니 말하기가 고단하고 두렵고 떨리는 게 당연하다.
[머리말 | 9쪽]
어떻게 하면 상대의 주장을 널리 긍정하면서 대화할 수 있을까. 세 가지를 버리면 될 것 같다.
먼저 지배욕이 없어야 할 것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내 마음대로 조종하려는 욕심을 접어야 하는 것이다. 상대가 정 지구가 둥글다고 믿겠다면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두 번째로는 조급증도 없어야 한다. 빨리 가능하면 오늘 이 자리에서 나의 주장을 다 말하겠다는 의지를 버리는 것이다. 다음 기회가 분명히 있을 테니까 여유를 가져도 된다. 세 번째로 독점욕도 버려야 하겠다. 내가 홀로 대화를 소유했다는 상상적 주인 의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아무리 많아도 대화 지분의 50%만이 내 것이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당연하다. 그렇게 인정한 뒤에는 상대를 꺾고 부정하려는 공격적 대화 태도를 접을 수 있을 것이다.
어휘도 기억해야 한다. 상대가 옳다고 말할 때 쓰는 한국어를 영어 단어 외우듯이 기억해둬야 하는 것이다.
[9 상대가 옳다고 인정해준다 | 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