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에 대한 옳은 질문으로 마음을 넓히는 책
우리나라의 등록 장애인 수는 1990년 24만 명 정도에서 2021년 약 265만 명으로 늘었다. 사회가 성숙해질수록 다수의 질서에 불편을 느끼는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더불어 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전처럼 장애를 불쌍히 여긴다거나 극복해야 할 것으로 여기는 대신, ‘모든 사람은 그 자체로 동등하며 귀하다’는 생각이 상식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속에서 장애인들은 여전히 ‘장애’라는 특징 하나로 규정되고, 차별받는다.
《꼭 안으면 들리는》에서 주인공 올가는 귀가 들리지 않는 자신과 다르게 반응하는 이들을 보며 ‘그들에게는 있는데, 나한테는 없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했다. 그러나 이 질문은 곧 ‘다른 사람은 없는데, 나만 갖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로 바뀐다. 이 책은 이것이 ‘옳은 질문’이라고 말한다.
이야기는 올가가 특별히 갖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올가는 용기와 지혜를 가졌고, 감사할 줄 아는 행복의 비결을 가졌다. 또한 가족을 사랑하고, 고양이와 작은 고블린을 살뜰히 챙기는 예쁜 마음씨를 가졌다. 게다가 ‘무시무시한 비명을 듣지 않는 능력’을 가졌다. 그래서 비명의 숲에서 부모님과 고블린 가족을 성공적으로 구할 수 있었다.
장애는 올가를 부족하게 하거나 불행하게 만들지 않는다. 그저 올가를 이루는 많은 것 중 하나일 뿐이다. 그래서 《꼭 안으면 들리는》은 장애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이야기 앞부분에서는 주인공에게 청각 장애가 있다는 사실조차 드러나지 않는다. 그 대신, 친구를 사귀고 싶은 올가의 소망과 부모님께 거짓말했다는 죄책감, 빨간 털실을 숲 입구에 묶어 둔 지혜로운 행동 같은 올가의 고유한 면이 더 많이 나온다. 장애를 가졌다고 장애인으로만 규정당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올가를 그린 것이다.
따듯한 그림과 대화하듯 편안하게 흐르는 서술로, 독자들은 ‘장애’라는 색안경 너머에 더 깊고 찬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