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것은 없다는 슬픔.
하지만 그렇기에 영원한 슬픔 또한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 주는 따스한 위로.
문수는 단골 편의점의 아르바이트생 ‘장보라’가 귀신들의 표적이 되고 있음을 눈치 채고 그를 돕기에 나선다. 평생 귀신 한 번 본 적 없는 보라는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나 하고 있는 자신에게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오늘의 이 믿을 수 없는 사건을, 자신 안의 뜻밖의 재능을 찾는 계기로 삼고자 하는데…
"이번 기회에 새로운 진로를 찾아보게요. 저한테 뜻밖의 재능이 있을지도 모르고…
자아를 다시 찾을 때가 된 것 같아요."
"보라씨. 선배 보살로서 내가 가르침을 하나 줄게.
자아를 찾는 건 왜 어려울까? 어쩌면 그런 게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지."
_제17화 「내 이름은 보라」 중에서
한편 자언과 도명은 귀신들의 축제에 초대를 받아 모처럼 둘만의 시간을 보낸다. 오랜만의 한적한 시간을 즐기는 두 사람. 자언은 삶이 주는 즐거움을 곱씹으며 문득 상상할 수 없는 윤회의 끝, 극락왕생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내는… 살아 있어서 좋은 거 같다. 제대로 살아볼라고 마음먹으니까 보이는 게 많아서 좋다.
근데 일 년은 너무 짧은 거 있제… 시간이 가는 게 너무 무습다."
"그건 안 돼. 그런 마음은 잘못됐어. 넌 극락에 가야 돼. 그게 옳은 일이야.
너 같은 사람은 행복해져야 돼. 난 박자언 네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_제18화 「어두운 밤의 축제」 중에서
반복되는 고통 속에서도 살아 있는 즐거움을 느끼는 자언과 그 굴레를 벗어나 끝도 슬픔도 없는 곳에 이르는 것을 ‘극락’으로 여기는 도명. 하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이내 축제의 분위기에 빠져 언젠가 다가올 기쁨의 순간을 약속한다. 찬란한 순간은 영원치 않고, 사랑하는 모든 것도 변하기 마련이라는 단 하나의 진리는 동시에 영원한 슬픔과 고통 또한 없음을 말한다. 복잡한 마음, 어두운 하루를 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