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마을에서 제일 바쁜 게으름뱅이 늑대
오랜만에 숲속마을이 북적입니다. 작은 장이 열렸거든요. 스튜, 파이, 도시락, 커피, 사탕, 빵, 쿠키, 과일…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가득합니다. 맛있는 냄새를 맡고 모여드는 주민들 중에서 가장 신난 건 바로 팬티 입은 늑대입니다. 맛있는 국수를 사 들고 흥얼거리는 모습이 세상 행복해 보입니다. 그런데 국수 먹을 생각에 한껏 들뜬 늑대 앞을 누군가 가로막습니다. 늑대를 방해하는 건 이번에도 역시 ‘늑대 잡는 부대’입니다. 국수 도둑을 잡겠다나요? ‘도둑질? 무슨 소리야! 돈 제대로 내고 샀어.’ 늑대가 기가 차서 발끈하자 국수 장수도 맞장구칩니다. ‘국수 살 돈은 어디서 난 건데?’ 쿠키 공장을 운영하는 다람쥐 로베르가 불쑥 튀어나와 묻자 늑대는 우물쭈물 말을 더듬습니다. 수상하긴 한데요? 늑대는 아무 일도 안 하고 놀기만 하는 게으름뱅이 같은데 말입니다. 결국 늑대는 도둑 혐의로 감옥에 끌려갑니다.
드디어 늑대를 잡아 가두다니, 여태 늑대 한 번 못 잡아 본 늑대 잡는 부대는 속이 시원했습니다. 그런데 늑대 잡는 부대를 마주치는 숲속마을 주민들이 하나같이 늑대의 진실에 대해서 털어놓습니다. 늑대는 절대 게으름뱅이가 아니라고 말이지요. 낚시꾼을 거들고, 의사를 돕고, 교사를 보조하여 아이들을 돌보아 온 사연을 듣고 보니, 늑대는 숲속마을에서 제일 바쁜 동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바쁘게 일하면서도 늑대는 돈은 한 푼도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돈이 어디서 난 걸까요? 늑대는 정말 도둑질을 한 걸까요? 돈을 벌지 않았으니 늑대는 일을 했다고 볼 수 없는 걸까요? 돈이 벌리지 않는 일은 ‘일’이 아닌 걸까요? 늑대는 왜 돈도 되지 않는 일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걸까요? 늑대가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면서도 누구보다 즐거울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도대체 왜 일을 하는 걸까요?
감옥에 갇힌 채 풀이 죽어 있는 팬티 입은 늑대에게 옆방 수감자들이 충고합니다. ‘네 행동에 화가 난 거야.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