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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고전의 배후 : 춘추, 비루한 왕들의 카니발 (양장
저자 리징쩌
출판사 (주글항아리
출판일 2022-03-14
정가 18,000원
ISBN 9788967356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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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서문: 춘추에 펼쳐진 고대의 풍경

1. 오생의 두세 가지 사건
2. 같은 배를 탄 두 아들
3. 월나라의 토끼몰이
4. 거짓말이 키운 왕
5. 푸줏간에 숨다
6. 새 울음소리
7. 마부와 차부, 하이힐
8. 바람의 저작권
9. 진리의 탄생
10. 공자 제자들이 행한 좋은 일들
11. 군자의 수면 문제
12. 과인에게 한 가지 문제가 있으니
13. 인간의 본성과 물
14. 순의 울부짖음
15. 용기
16. 수학자의 도시
17. 맹자의 선택 문제
18. 성인병聖人病
19. 맹자가 이상주의자를 만났을 때
20. 세난
21. 전국책
22. 장기 한 판
23. 송宋 양공에 관한 한 가지 상상과 다양한 문제
24. 중이 외전
25. 거래침 사건
26. 조씨 고아
27. 대중목욕탕에서 싹튼 유혈 사건
28. 마구 움직이는 식지
29. 기둥을 끌어안고 사랑의 노래하다
30. 변호사 등석을 기리며
31. 규칙의 붕괴
32. 물고기와 검
33. 영웅 요리
34. 누구를 먹지 못하겠는가?
35. 초 영왕 전기
36. 뽕나무 전쟁
37. 오자서의 눈
38. 진나라 조정에서 울다
옮긴이의 말
역사의 벽돌 밑장 빼기

리징쩌가 춘추시대를 독해하는 방식은 어떤 면에서 지극히 세속적이다. 마치 누군가의 비밀을 들춰내서 그가 만인 앞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거나 극도의 허탈감을 주는 방식이다. 가령 「거짓말이 키운 왕」을 보자. 제나라 민왕?王이 주인공이다. 그는 기원전 300년부터 16년간 통치하면서 막강하던 제나라를 말아먹은 왕이다. 그는 말년에 이르러 연나라 장군 악의가 육국 연합군을 이끌고 쳐들어오자 위나라로 도망갔다. 임치 왕궁에 남은 금은보화는 깡그리 약탈당했고 백성도 뿔뿔이 흩어졌다. 망명지에서 멍하게 앉아 있던 왕은 신하 공옥단公玉丹에게 물었다.
“내가 이렇게 된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 원인이 무엇인가. 이대로 끝나는 건가. 말 좀 해주게. 고칠 게 있으면 고치겠네.” 그러자 공옥단은 의관을 갖추고 앞으로 나아가 대왕이 망명하시게 된 것은 현명하기 때문이며, 천하가 어리석어 그 현명함을 싫어하기에 연합 공격한 것이 이유라고 답한다. 이 말을 들은 제 민왕은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며 “현명함이란 이렇게 힘든 것인가”라고 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왜 공옥단이 그 시점에 굳이 거짓말을 했을까다. 당시 제왕은 이빨 빠진 호랑이에 지나지 않았다. 몇 마디 솔직한 말을 해도 쫓겨나거나 목이 달아날 일은 없었다. 리징쩌는 공옥단의 심리를 파고든다. 제나라 왕이 간절한 태도로 진실을 알려달라고 했을 때 공옥단은 참지 못하고 거짓말을 이어나갔다. 이를 통해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공옥단은 무척 즐거웠으리라는 게 저자의 해석이다. 그는 자신의 총명함 때문에 즐거웠다. 더 은밀하고 달콤한 즐거움은 왕을 괴롭히는 것,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었다. 엉덩이를 다 드러내고 거리에 나가도 아무도 그 사실을 말해주지 않는 것, 이것이 어리석은 왕들의 현실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사람들이 거짓말하는 이유는 두려워서이기도 하지만 즐겁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게 리징쩌의 해석이다.

공자는 약점이 있어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