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경고한다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조류를 타고 바닷가에 쌓이거나 바다 한가운데로 흘러들어 쓰레기 섬을 만들고 있다. 바다 쓰레기는 바다에 사는 생물들의 생명을 위협하여 생태계를 파괴함은 물론 지구의 환경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태평양의 거대 쓰레기 지대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야기 속 수난과 카이가 사는 ‘수나카이’는 바다에 만들어진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다. 온통 쓰레기로 뒤덮인 바다에서 살아 있는 생명체는 아무것도 없다. 서로를 의지하는 언니 수난과 동생 카이뿐이다. 수영을 잘하는 카이는 풀 하나 물고기 하나 없는 바닷속을 헤엄쳐 다니며 쓰레기를 뒤진다. 그러는 동안 인간의 욕심 때문에 처참하게 파괴되어 버린 바다의 이야기를 일기 쓰듯 들려준다. 때로는 잔잔한 물결의 목소리로, 때로는 쓸쓸한 바닷바람의 목소리로, 때로는 성난 파도의 목소리로. 하지만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그건 들려주는 이야기는 카이의 목소리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아파도 침묵하고 있지만 언제 폭발해 버릴지 모르는 바다의 목소리라는 걸. 우리가 절대 흘려듣지 말아야 할 마지막 경고의 목소리라는 걸.
물고기 한 마리에서 시작된 희망
바닷속 쓰레기 더미를 뒤지던 카이는 몇 달간 밥걱정은 안 해도 되는 엄청난 금시계를 발견한다. 하지만 상인이 들고 온 노란 물고기에 마음을 빼앗겨 바꾸고 만다. 밥보다 중요한 건 없지만, 물고기가 자신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행복한 세상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황폐한 쓰레기 세상에서 물고기는 금세 죽고 만다. 카이는 새로운 생명을 지키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며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다가 놀라운 일을 맞닥뜨린다. 바다 아주 깊은 곳의 생명체가 촉수를 꺼내 죽은 물고기를 품자 엄청난 폭발이 일어난다. 죽은 줄 알았던 바다는 소용돌이치고 포효하며 으르렁거린다. 분노인지, 꾸짖음인지, 멸망인지, 희망인지 알 수 없는 엄청난 해일이 모든 것을 휩쓴다. 그 뒤 바다에 남은 건……. 더 이상 쓰레기 바다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