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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무등이왓에 부는 바람 (양장
저자 김영화
출판사 이야기꽃
출판일 2022-08-08
정가 16,000원
ISBN 979119210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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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이왓에 부는 바람

우리가 무등이왓 마을을 잃은 지 73년이 지난 2021년 6월, 그곳에 그림 그리고 글 쓰던 사람들이 찾아와 하얀 손으로 밭을 일구고 씨를 뿌렸습니다. 작고 노란 좁씨였습니다.
하나둘 싹이 터 밭이 파릇해졌을 무렵 156명의 영혼을 위해 제를 지내고, 여름내 땡볕 아래 잡초와 씨름하며 조 농사를 지었습니다. 늦은 태풍에 쓰러진 조 포기들을 일으켜 세우고, 다시 쓰러지지 말라고 한 다발씩 묶어 주었습니다.
선물을 마련하기 위함이었지요. ‘잃어버린 마을에서 보내는 선물’, 이듬해 4월 3일, 추념식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4?3의 영혼들에게 바칠 제사 술입니다.
이윽고 가을, 태풍에 절반을 잃고 남은 절반 중 또 참새 떼가 절반은 먹고 남은 좁쌀을 거두었습니다. 조 농사는 20년만이라면서도 척척 거침이 없던 동광마을 삼춘들과 함께 좁쌀을 까부를 때, 문득 무등이왓에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삼춘들의 솔박질을 돕기라도 하겠다는 듯…

껍데기는 날리고 알곡은 남기고,
껍데기는 날리고 알곡은 남기고, …

끝없이, 끝없이,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알곡으로 술을 빚어 바친다 하니, 무등이왓 넋들이 화답이라도 한 걸까요?

잃어버린 마을에서 보내는 선물

거둔 좁쌀로 오메기술을 빚고 소줏고리로 내려 고소리술 몇 병을 얻었습니다. 난리 때 피신한 무등이왓 사람들을 품어 주었던 도너리오름 큰넓궤를 찾아가 동굴 속 깊숙한 곳에 들여놓았습니다. 아직은 설익은 선물이 맑게 익어 가도록, 그 시절 아픈 사람들을 보듬었듯이 고이고이 품어 주시길 바라며….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어간 슬픈 역사들. , 되풀이하지 않기 위하여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기억과 기록…. 제주 4?3 기억 프로젝트 ‘잃어버린 마을에서 보내는 선물’에 참여했던 김영화 작가가 그 선물을 마련하기 위한 땀과 정성의 나날을 그림책으로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가락의 정취를 담아 노래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