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과 결혼이 함께 갈 수 있을까?
‘페미니즘프레임’ 시리즈 세 번째 책의 주제는 ‘결혼’이다. 요즘 같은 비혼 시대에 낡고 지루한 주제로 취급되기 쉽지만 결혼은, 저마다의 상황과 페미니즘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여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가능한 담론이다. 『우리는 서로를 구할 수 있을까』는 결혼을 앞두고 페미니즘에 눈뜨게 된 저자가 “페미니즘과 결혼이 함께 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촘촘하고 솔직하게 담아낸 책이다.
기혼 페미니스트들은 “내가 하는 사소한 타협이 결국 가부장제 존속에 기여하는 게 아닐까”라는 두려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데이트/가정 폭력 같은 극심한 여성혐오적인 현실 속에서 사랑과 결혼은 지나치게 순진하고 낙관적인 선택인 것만 같다. 저자는 제주에 살며 본격적으로 ‘바깥양반’을 맡게 되고서는 한남과 페미니스트를 가르는 것이 이념이나 지향의 문제 이전에 ‘입장’의 문제임을 토로하기도 한다. 결혼을 둘러싼 다양한 이슈들을 사적인 경험과 주변의 사례들을 통해 실감나게 그려내는 한편, 결혼 그리고 ‘함께 살기’에 대한 만만치 않은 물음을 묵직하게 밀고 나간다.
“한국 사회에서 결혼이란 무엇인지, 결혼을 통해 평등한 함께 살기는 도달 가능한 이상인지, 아니라면 어떤 대안이 가능한지, 모든 고려 끝에 결혼을 한다면(했다면 새로운 시대의 동반자 관계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결혼한 페미니스트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숭고한 건 결혼이 아니라
저마다의 관계들
누구도 가부장제 존속에 기여하기 위해 결혼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결혼 전에 그리던 이상은 결혼에 발 디디는 순간 어김없이 어그러진다. 여성은 자연스레 육아와 가사를 ‘더 많이’ 담당하게 되고, 가정적으로 보였던 남자들은 집안일에서 한 발 물러선다. 함께 사는 그림에 없던 ‘시댁’이 등장해 삶의 질에 심각한 위협을 가한다. 결혼 전 서로를 향했던 열망은 서로를 겨누는 날카로운 칼날이 되고, 더는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이 되지 못한다는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