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제국 시대 일본군을 만나다
제주 해안가에 있는 이상한 인공동굴 | 해병대의 ‘필사의 정신력’ ‘필승의 신념’ | 한국군에 남아 있는 일본군의 정신주의 | 그들을 만나고 싶었다
1. ‘천황 폐하’의 신민으로 자라나다
‘폐하의 자녀’로 ‘나라를 위해 죽는’ 것 | 삶이 파탄 난 사람들이 들고일어나다 | 교육의 군국주의화, 충성스런 신민 만들기 | 조선인의 ‘일본화’ 정책 | “천황은 일본의 상징일 뿐” | 사상통제의 위력, 복종하는 신민
2. 입대, 죽음의 운명공동체
만주사변, 15년 전쟁의 서막 | 그들에게 전쟁은 기회였다 | 총력전 시대, 죽음의 운명공동체 | 그들은 어떻게 입대하게 되었나
3. 군대교육, 천황의 군인으로 거듭나기
매일 밤 구타, ‘나 자신이 불쌍했다’ | 군인칙유, 천황제 국가관의 확립 | 어쩔 수 없이 죽음의 각오를 다지다
4. 전쟁과 죽음
불침전함 야마토의 침몰 | 특공, 자살 공격을 명령받은 병사들 | “안심하고 죽어라, 야스쿠니신사에 모셔질 테니” | 죽음을 앞둔 장병들의 심리 | “그래, 내가 제일 먼저 죽자” | ‘국가’에 ‘국민’은 없었다
5. 일본이 전쟁에서 항복한 날
“이길 수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어요” | “천황 폐하를 지켜야 한다” | “일본이라는 나라는 어떻게 되어도 좋으니까”
6. 어제의 적, 오늘의 친구
“헬로, 헬로”, “땡큐, 땡큐” | 중국군의 관대한 대우
7. 새로운 세계에 드리워진 제국의 그림자
“폐하는 전쟁을 원치 않으셨어요” | 만들어진 천황의 이미지 | 야스쿠니만은 절대 부정할 수 없다 | 기억되지 못한 전쟁 체험 | 왜 과거사는 정리되지 못했을까
8. 그들에게 전쟁은 무엇이었나
국체사상이 일본 장병들에게 끼친 영향 | 일본군은 왜 옥쇄 명령에 복종했는가
에필로그 | 나 또한 ‘국민’으로 빚어진 존재
감사의 글
주
참고문헌
“너희는 죽으면 야스쿠니신사에 모셔진다”
책은 제국 시대 일본군의 생애사를 바탕으로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하는 형태로 전개된다. 전쟁을 수행한 당사자들의 입장과 관점에서 당시의 시대상이 생생하게 재현된다. 즉 개인의 세계관이 전쟁 전에 어떠한 과정으로 형성되었으며, 그것이 전쟁기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전후에는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평범한 어린이가 ‘황국신민’으로 사회화된 이후 국가라는 ‘죽음의 운명공동체’를 위해 군에 입대하고, 매일 반복되는 구타 등을 이겨내며 군인이 되어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총력전 체제 안에서 인터뷰이들은 철저하게 전쟁 수행의 부속품으로 가공되었다. 국가는 오직 ‘천황’만을 위해 존재했고, 국민의 안위는 단 한 번도 고려되지 않았다. 사상은 철저히 통제되었고, 개인의식은 집단의식 안에 고립되었다. 전쟁을 수행하는 동안 개인의식의 동요도 있었지만 표출할 수는 없었다. 개인의 양심과 권리는 총력전 체제에서 설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야스쿠니신사’는 큰 위안거리였다. 천황이나 국가를 위해 죽으면 야스쿠니신사에 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곳에서 신으로 모셔지는 가운데 전우들과 재회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죽음에 직면한 장병들을 위로하는 중요한 장치였다. 야스쿠니신사의 존재로 인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장병들의 사생관에 야스쿠니신사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엿볼 수 있다. “‘야스쿠니신사’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귀에 꽂혔던 단어였다. 야스쿠니신사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야스쿠니 신앙은 일상화된 죽음의 동요를 억제하는 강력한 장치였다는 인상을 받게 되었다.”(127쪽 “그래서 우리로서는 실로 야스쿠니신사라고 하는 것은 신성한 존재였던 것입니다. 굉장히 신성하니까, ‘죽으면 야스쿠니에 갈 수 있다고, 죽으면 모두 전우들과 만날 수 있다’고 했죠. 왠지 이제 꿈같은 이야기지만, 어쨌든 ‘야스쿠니에서 만나자!’라는 식으로 되어버린 것입니다. 네, 그러니까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