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보고, 듣고, 즐기는 ‘동시와 노는 법’
책을 펼치면 우쿨렐레를 멘 박정섭 작가가 ‘똥시’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하는 만화가 등장한다. 이어지는 것은 엉뚱하게도 ‘똥시 왈츠’라는 노래다. 첫 동시 「먼지 여행」은 시적 화자인 먼지의 일기에서 시작한다. 일밖에 몰랐던 먼지 씨가 바람에 몸을 실은 사연을 알고 나서 감상하는 「먼지 여행」은, 짧은 동화 못지않은 입체적인 이야기로 읽힌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그다음 장에는 「먼지 여행」에 곡을 붙인 우쿨렐레 악보가 있고, 귀여운 턴테이블 속 큐알코드를 인식하면 간단한 애니메이션과 함께 작가가 직접 부른 「먼지 여행」이 흘러나온다.
『똥시집』은 ‘동시’를 실험적이지만 흥미로운 방법으로 확장시킨다. 「노총각 아저씨」는 ‘행’과 ‘연’이 아닌 이야기 흐름에 따라 감상할 수 있도록, 시 한 편을 대담한 색채의 펼친 면 그림과 어우러져 있다. 동시 한 편을 16쪽에 걸쳐 배치하는 과감한 구성은 마치 그림책을 연상시킨다. 모기에게 시달린 여름밤을 그린 「잠복 수사」 뒤에는 작가가 추천하는 ‘천연 모기약 만들기’가 실렸다. 그밖에도 시적 화자와의 인터뷰, 동시의 뒷이야기, 미로찾기, 숨은그림찾기 등 이 책의 아트워크는 동시를 풍부하게 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독자와 동시를 소통하게 한다.
『똥시집』은 동시를 즐기는 갖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동시가 얼마나 다양한 생각의 씨앗이 될 수 있는지 보여 준다. 어린이와 어른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즐길 수 있고, 활자보다 영상과 음악에 친숙한 독자들에게까지 동시의 즐거움을 일깨워 줄 것이다.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사랑스러운, 박정섭의 작품 세계
박정섭 작가는 12년간 100권도 넘는 책에 그림을 그렸고, 직접 쓰고 그린 그림책으로 한국출판문화상 후보에 올랐으며, 나름의 팬층을 가졌다. 그러나 아직도 그를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림책 속 이야기를 확장시켜 보드게임과 캐릭터 상품을 디자인하는가 하면, ‘그림책 식당’이라는 공간을 만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