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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호랑이를 죽이는 방법
저자 장세현
출판사 꼬마이실(이론과실천
출판일 2019-09-25
정가 13,000원
ISBN 9788931381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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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힌 반전이 깊은 여운과 감동을 선사한다

우리나라의 옛이야기에는 유난히 호랑이와 토끼에 얽힌 이야기가 많습니다. 보통 호랑이는 강자이면서도 어딘가 부족한 캐릭터로 등장하고, 토끼는 영리하고 꾀가 많지만 연약한 약자의 이미지로 등장합니다. 토끼는 현실 속에서 호랑이와 대적해서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약한 존재이지만, 옛이야기 속에서는 힘센 호랑이를 골탕 먹이고 좌지우지하는 지혜를 지녔습니다. 아마도 옛사람들은 현실과는 다른 전복된 캐릭터와 이미지에서 일종의 통쾌함과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겁니다. 장세현 작가가 다시 쓴 호랑이와 토끼의 캐릭터는 옛이야기에서 빌려왔지만, 반전의 묘미를 통해 전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이 그림책에는 토끼가 호랑이를 골탕 먹이는 세 가지 에피소드가 전개됩니다. 토끼는 어느 날 호랑이가 없는 산에서는 토끼가 왕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호랑이를 없애려고 꾀를 냅니다. 맛있는 떡을 굽는 척하며 돌멩이를 섞어서 호랑이에게 뜨거운 돌멩이를 삼키게 하기도 하고, 참새구이를 양껏 먹게 해준다며 억새 숲을 불태워 호랑이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합니다. 추운 겨울날에는 긴 꼬리를 이용한 물고기 낚시법을 가르쳐준다며 호랑이 꼬리를 쑥 빠지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렇듯 토끼와 호랑이 사이에 흥미롭고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가 시종일관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데, 여기까지는 옛이야기와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대목에서 기막힌 반전이 나옵니다. 맨 마지막 장면에서 이렇게 바보처럼 당해 온 호랑이의 속마음이 실제로는 어떠했는지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 반전은 작가의 온전한 창작으로, 독자에게 아주 오래도록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진실과 마주하게 만듭니다. 호랑이가 보이지 않은 진심을 살짝 내비치는 순간 독자들의 가슴은 어느새 먹먹해질 겁니다.
우리의 옛이야기가 지닌 스릴 넘치는 매력을 십분 살리면서도 사랑과 우정이 지닌 듬직한 힘을 가슴 깊이 새길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