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다른 둘이 함께한 뜻밖의 하루
어느 날, 맑음이 엄마가 급하게 회사에 가 봐야 하는 일이 생겼어요. 엄마는 어쩔 수 없이 여우 할머니를 찾아가 맑음이를 하루만 돌봐 달라고 부탁합니다. 물론 할머니는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맑음이는 항상 궁금했던 여우 할머니 집에서 하루를 보내게 되어 마냥 기뻤어요.
맑음이와 여우 할머니는 서로 너무나 달라요. 먼저, 맑음이는 아직 조그만 어린아이이지만 할머니는 나이가 훨씬 많은 어른이지요. 게다가 둘은 성격도 딴판이에요. 맑음이는 모든 일을 호기심을 가지고 흥미롭게 바라보지만, 여우 할머니는 어떤 일에도 시큰둥하고 매사에 투덜거리기만 해요. 그래서 항상 생글생글 웃는 맑음이와는 달리 늘 뿌루퉁한, 때로는 심술궂기까지 한 표정을 짓고 있지요.
호기심 많은 맑음이는 의도치 않게 자꾸 사고를 일으켜요. 화장실을 비누 거품투성이로 만들거나, 거꾸로 걷다가 행인과 부딪히는 것 같은 일들 말이에요. 여우 할머니 혼자 조용하게 지냈으면 겪지 않았을 귀찮은 일들이지요. 할머니는 자꾸만 번거로운 일을 벌이는 맑음이가 못마땅해서 투덜거리기 시작해요. 하지만 이 불만 가득한 투덜거림은 곧 뜻밖의 웃음으로 바뀝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때로는 갑작스러운 사고가 예기치 못한 기쁨과 즐거움을 가져다주기도 해요. 언제나처럼 여우 할머니 혼자였다면, 또는 맑음이 혼자였다면 알지 못했을 즐거움이지요. 아무 일 없이 평범하게 흘러갈 수 있었던 날이었지만 맑음이와 여우 할머니가 둘이 함께 보내면서 평소와 다른 아주 특별한 하루를 경험하게 된 거예요.
● 꽁꽁 언 마음을 녹이는 따뜻한 손 잡기
맑음이가 처음 여우 할머니네 집으로 이사 왔을 때, 길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했을 때, 다정하게 손을 잡았을 때, 여우 할머니는 맑음이를 차갑게 외면했어요. 맑음이는 그런 여우 할머니에게 좀처럼 다가갈 수 없었지요.
맑음이와 여우할머니가 함께 보낸 하루의 시간은 서먹서먹하던 둘의 관계를 조금씩 변화시킵니다. 둘은 처음으로 긴 시간동안 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