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현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재미있는 역사 동화!
육이오 전쟁 때문에 헤어진 이산가족이 많다. 남과 북으로 헤어져 애 끓이는 이산가족들이
자유롭게 만나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아무런 힘도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다.
-「글쓴이의 말」에서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간 사건 자체가 온 국민에게 가슴 설레는 감동으로 다가오고 있다. 남과 북으로 갈라진 지 반세기가 훌쩍 넘어선 지금, 육이오 전쟁이니 이산가족이니 통일이니 하는 문제가 해마다 끊임없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들의 가슴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오늘을 살아가는 아이들이 풀어야 할 숙제이지만 정작 그 아이들에겐 너무나 먼 이야기가 되어버린 우리의 아픈 역사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
이준호의 『할아버지의 뒤주』는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반가운 동화이다. 민족 분단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내용을 다루면서도 그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역사 동화에서 놓치기 쉬운 재미에 충실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뒤주와 함께하는 시간 여행
당뇨로 고생하는 할아버지가 시골에서 올라와 민제네 집에서 지내기로 한다. 할아버지와 함께 도착한 것은 이불로 겹겹이 둘러싼 낡은 뒤주. 할아버지와 한방을 쓰게 된 민제는 우연히 한밤중에 등산용 배낭을 메고 뒤주에서 나오는 할아버지를 목격한다. 이런 이상한 행동을 비밀로 간직해 달라는 할아버지의 부탁을 민제는 들어주지만 호기심까지 억누를 수는 없다. 할아버지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던 민제는 새벽 두 시 오십 분만 되면 할아버지가 뒤주 속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민제 역시 할아버지가 잠든 틈을 타서 뒤주 속에 들어가는 기회를 얻게 된다. 거기서 민제는 사도세자를 만나고 배비장도 만나게 된다. 또한 임진왜란과 1980년 광주항쟁의 현장도 경험한다. 곡식을 담아두는 데 쓰던 평범한 뒤주인 줄 알았던 할아버지의 뒤주는 과거의 다른 시간과 공간으로 연결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