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부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마틴은 헤어 스타일도 멋지고 또래보다 성숙해 보입니다. 마틴이 속한 무리의 이름은 ‘핵인싸’인데 그들을 좋아하는 팔로워들도 많습니다. 마틴은 멋진 유명 메이커 신발을 신고 다니며 최신 유행 노래는 줄줄이 외우고 있을 만큼 유행에도 민감합니다. 그런 소년이 한 소녀에게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남들과 어딘가 좀 달라 보이는 소녀. 마틴에게도 관심이 있는 듯 보이지만 마틴은 소녀에게 말을 걸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그건 주변 친구들 때문입니다. 마틴 주변을 맴도는 소녀를 알아본 친구들이 그 소녀가 마틴과 안 어울린다며 한마디씩 말을 하기 때문입니다.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안경에, 촌스럽게 묶은 양 갈래머리에, 유치하게 보이도록 이상하게 웃는 모습에, 아무 때나 흥얼거리며 다니는 모습 등, 아무래도 인싸 중의 핵인싸인 마틴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요.
친구들의 평판에 민감한 마틴은 그들의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합니다. (친구들의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가오는 때에는 부모님 말씀은 안 들어와도 친구들 말은 진리같이 여겨지지요 그래서 소녀를 마주칠 때마다 코끝이 간지럽고 무릎이 후들거리는 좋아하는 반응이 와도 소녀를 아는 척하지 않고 지나칩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마틴은 발걸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합니다. 정확한 이유를 모르지만 한 걸음을 떼기가 힘듭니다. 어깨에는 추가 달린 듯 몸이 무겁고 지치고 나중에는 슬퍼지기까지 합니다. 아무리 값비싼 유명 브랜드 신발을 신었어도 말이죠.
이런 일이 몇 번씩 반복되고 마틴은 몇 번 더 소녀를 마주칩니다. 소녀의 모습은 점점 더 평범해집니다. 소녀가 마틴을 좋아해서 모습을 계속 바꾸는 것이라고 친구들이 알려 주네요. 하지만 사실 마틴은 소녀의 남다른 모습과 개성에 마음이 끌렸던 건데 친구들이 놀릴까 말 한마디 꺼내지 못했던 겁니다.
점점 더 걷기가 힘들어지던 어느 날, 다시 예전의 모습을 한 소녀를 마주칩니다. 머리에 새를 얹고 큰 안경을 쓰고 중얼거리며 걷고 남 신경 안 쓰고 크게 웃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