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우주력 430년, 인류 앞에 괴수가 등장한지 300년이 지났지만 생존을 위한 처절한 싸움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성간 이동을 실현할 정도로 발달한 인류의 문명도 현존하는 무기를 모두 무효화 시키는 괴수의 배리어 앞에 절멸의 위기에 처하고, 결국 인류가 찾은 해법은 배리어를 뚫고 괴수를 벨 수 있는 무기 AB소드를 다루는 ‘기사’에 있었다. 그러나 기사단의 맹활약 속에 겨우 되살아난 희망의 불씨는 단 한 사람으로 인해 다시 꺼져가기 시작하는데...
괴물이 되어야 했던 인류의 구원자
하늘이 열리고, 악마가 강림한다. 비록 저 푸른빛의 살육자는 나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 말았지만 그건 괜찮다. 다만 지금 나를 두렵게 하는 것은 마스터의 붉은 검과 악마의 푸른 창이 서로 부딪히며 빚어내는 광경이다. 누가 더 괴물인지 모를 정도의 무시무시한 싸움에 압도되어, 나는 한 인간을 경외심으로 바라본다.
세상은 내게 아무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내 거친 생각과 태도는 피온의 헌신적인 노력에 따라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세상은 나의 변화를 반기지 않는 듯했다. 피온이 내게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는 걸 깨달았을 무렵, 이 악랄하고 잔혹한 존재는 내게서 그녀를 너무나 쉽게, 무표정한 얼굴로 빼앗아가 버렸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