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구 할매 손녀가 왔다》의 서현이는 아빠는 돌아가시고 엄마와 둘이 살고 있다. 하루하루 위태로운 삶 속에서 서현이는 엄마와 싸우는 일이 잦아지고, 엄마의 남자친구도 못마땅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시골 할머니 댁으로 가게 된다. 우연히 아빠의 고향이자 할머니가 살고 있는 푸실마을이 개발로 분주하여 땅값이 치솟았다는 소식을 듣게 된 엄마의 특명이었던 것이다.
아빠가 세상을 떠난 뒤 할머니 댁으로 들어가 힘겨운 시집살이를 겪고, 서현이를 낳자마자 쫓기듯 서울로 온 엄마는 서현이에게 살가운 손녀가 되어 할머니가 땅을 팔게 부추기라고 한다. 서현이는 자기 때문에 엄마가 고생하며 산다는 미안함에 복잡한 마음을 안고 할머니 댁으로 내려간다. 그런데 처음 만나는 손녀에 대한 반가움과 애틋함으로 누구보다 다정한 할머니에게 서현이는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할머니에 대해 엄마에게 들었던 말들이 거짓이 아닐까 의심까지 하게 되지만, 심술궂은 이웃집 할머니의 방문으로 그 모든 것이 사실이었음을 알게 된다.
배신감과 원망, 엄마에 대한 안쓰러움과 미안함으로 혼란스러운 서현이에게 할머니는 고해성사를 하듯 과거의 일을 이야기한다. 결혼 반대로 집을 떠난 외아들이 사고로 죽자 견디기 힘든 죄책감을 느꼈음을, 홀로 아이를 낳아야 하는 며느리에 대한 안쓰러움마저 모른 척할 만큼 힘겨웠음을 고백하는 할머니의 모습에 서현이는 엄마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엄마와 할머니 사이에서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시작하고, 두 사람이 화해할 수 있는 다리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이처럼《짜구 할매 손녀가 왔다》에는 할머니와 엄마, 딸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친 여자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부모의 기대 속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고민한 뒤 씩씩하게 선택하고, 오래된 갈등을 풀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어린이의 모습이 희망적으로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