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 4
프롤로그 / 16
제1장 유럽의 결투사
1. 성경에도 기록된 결투 / 28
2. 게르만족의 결투, 페데 / 35
3. 결투로 진실을 가리자 / 40
4. 기사도가 부추긴 명예 결투 / 52
5. 영국의 결투 / 64
6. 노래와 편지로 결투한 북유럽 / 73
보충 / 미국의 결투 / 78
제2장 유럽의 결투 금지령
1. 예수님도 막지 못한 결투 / 96
2. 결투는 왕을 모독하는 것이다 / 105
3. 결투를 금지한 계몽 군주들 / 111
4. 나폴레옹의 사전에 유일한 불가능 / 116
5. 결투 대신 법대로 합시다 / 119
제3장 결투에 빠진 독일 학생과 장교
1. 결투하느라 바쁜 학생들 / 126
2. 괴테의 흑역사 / 131
3. 독일 사회민주당의 창설자 결투로 죽다 / 140
4. 명예에 목숨을 건 프로이센의 장교들 / 144
5. 프로이센에서는 결투가 특권 / 152
6. 비스마르크와 피르호의 결투 / 159
제4장 스포츠가 된 결투
1. 멀고도 가까운 스포츠와 결투 / 170
2. 라스코 동굴엔 투우의 기원이 있다 / 172
3. 규칙이 도입되기 시작한 결투 / 182
4. 결투가 오락이 되다 / 194
5. 규칙을 준수하며 칼을 휘두르기 / 202
6. 공놀이의 시대가 열리다 / 207
제5장 축구와 히틀러의 연결 고리
1. 제의였던 고대 올림픽 / 214
2. 콜로세움, 허망한 유토피아 / 219
3. 열광의 또 다른 이름, 광장 / 224
4. 근대 올림픽의 얼룩들 / 230
5. 나치즘을 있게 한 매스 게임 / 239
6. 스포츠는 거대한 연극이다 / 249
에필로그 / 256
후기 / 264
참고문헌 / 268
사람들이 답답할 때 스포츠를 찾는 이유
뉴스 사회면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저런 범죄를 저지르고도 겨우 1년 6개월 형이라고? 법은 아무래도 우리 편은 아닌 것 같다. 한숨이 나오면 스포츠면을 본다. 손흥민의 선전이 헛헛한 마음을 달랜다.
스포츠를 보면 왜 통쾌한 마음이 들까? 과거 유럽인들은 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억울한 일이 생기면 결투를 신청했다. 결투의 승패는 신이 보증하므로 옳은 사람이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이 바탕에 있었다. 말하자면 이성적인 법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일에 사람들은 감정적인 방식의 ‘사이다’를 찾은 것이다.
하지만 재판권이 국가에 귀속되고 결투의 잔인함이 대중의 외면을 받자 스포츠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통치자 또한 법 제도를 뒤흔드는 결투보다는 스포츠를 장려했다. 결투와 스포츠 모두 싸움과 승부를 좋아하는 인간 본성을 자극했고, 카타르시스를 주었기에 사람들은 스포츠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이것이 우리가 답답한 마음이 들면 스포츠를 찾는 이유이고, 이는 과거 유럽인들이 결투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승부가 있는 곳에는 결투가 있다
모든 스포츠에는 ‘국룰’이 있다. ‘1. 경기장 안에서 2. 규칙을 준수하며 3. 겨룬다.’라는 것이다. 이 국룰은 결투에서 왔다.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결투의 목적 또한 정정당당한 분쟁 해결이었기 때문이다. 결투를 정오에 시작하여 해가 한쪽의 눈을 가리지 않게 하거나, 복장과 무기, 머리 모양을 통일하는 등 결투 규칙을 명시한 과거 기록이 남아 있는 이유다.
한편 결투가 가리는 진실과는 별개로 ‘싸움 구경’은 오락거리가 적었던 시대에 가장 큰 볼거리였다. 결투 재판이 이루어지는 야외 원형 울타리는 오늘날 코트와 링으로 변했다. 승부는 이 울타리 안에서만 진행된다는 규칙은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결투의 승패를 가리던 감독관은 심판이 되었고, 결투자 옆의 수행원들은 코치와 세컨드가 되었다.
결투가 스포츠가 된 결정적인 순간은 관객석의 도입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