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처럼 아스라한 불멸의 명작! 춤처럼 아름다운 시대의 역작!
시대가 흘러도 명작의 향기는 영원하다. 김혜린의 <비천무>가 그렇다. 데뷔작 <북해의 별>이 19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한 사랑과 혁명의 뜨거운 서사시라면, <비천무>는 14세기 중국을 배경으로 한 삶과 죽음의 처연한 서사시다.
서양 배경의 순정만화가 주류를 이루던 시절, 작가는 동양 무협 서사를 끌어와 독특한 매력을 더했다. <비천무>에서는 실재와 가상의 수많은 인물이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얽히고설킨다. 다층적 캐릭터 설계는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게 만든다. 선 굵은 작품이지만 촘촘한 구성과 섬세한 연출로 최고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한없이 서정적이다가도 격정적인 연출로 전율을 선사한다. 시처럼 아름다운 내레이션은 울림을 주고, 스쳐 지나가는 한 줄 대사에서도 번뜩이는 통찰을 얻는다. 전권에 등장하는 한시(漢詩는 고전문학의 문학적 감수성을 자극한다.
<비천무>에서 김혜린의 작품 세계는 더 깊고, 더 아름답고, 더 강렬해졌다. 어떻게 스물일곱의 나이에 이토록 진지한 성찰을 작품에 담을 수 있었을까? 동양 철학적인 메시지가 동양풍의 아름답고도 장쾌한 그림과 어우러지니 작품은 높은 완성도를 얻는다. 격동하는 군웅할거 실제 역사에 사랑과 운명의 절절한 상상이 더해지니 작품은 탁월한 감동을 선사한다.
<비천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자.
원나라 말기, 말리꽃 향기 섞인 바람이 부는 곳, 하북성 산매현 마을에서 어린 설리와 진하는 운명적으로 만난다. 나풀나풀 춤추는 설리, 피리 부는 유랑 소년 진하. 14세 동갑내기의 풋풋한 사랑 눈처럼 하얀 말리꽃처럼 피어오른다. 하지만 설리 어머니의 죽음은 두 사람에게 아픈 이별을 예고한다. 서출인 설리는 아버지의 타루가 표두의 강요로 이복 오라비 야훌라이가 있는 절강성 소흥으로 떠난다. 어머니의 유품 옥경을 진하와 정표로 나누어 가진 채. 아버지에게 설리는 정략결혼의 도구이다.
진하는 삼촌으로 위장한 곽정의 보살핌 속에 ‘비천신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