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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식민지/제국의 그라운드 제로, 흥남
저자 차승기
출판사 푸른역사
출판일 2022-06-30
정가 20,000원
ISBN 979115612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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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1부
1장 식민지/제국의 신흥 콘체른
2장 흥남의 발명

2부
3장 식민지/제국의 그라운드 제로란 무엇인가
4장 미나마타병의 식민주의적 원천
5장 자본의 도시, 노동의 도시
6장 “식민지는 천국이었다”

3부
7장 식민지/제국의 언어-법-미디어 체제에서 글쓰기―이북명의 노동소설들
8장 식민지/제국의 언더그라운드
9장 노동하는 신체의 해방 전/후

에필로그: 언더그라운드가 말하는 방식―정우상의 〈목소리〉를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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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병참기지 역할을 한 ‘노구치 왕국’

기업도시 흥남은 일제에 의해 만들어졌다. 노구치 시타가우가 세운 ‘일질콘체른’은 1927년 조선질소를 설립하고 함흥군에서 1930년 본격적인 비료 생산을 시작한다. 이때까지 ‘흥남’은 없었다. 부전강 등의 값싼 수력전기를 받기 용이하고, 비료의 수송에 편리한 이점 때문에 선택된 곳, 함흥군의 복흥리와 호남리 일대가 공장지대로 선택되어 탄생한 곳이었다. 그렇게 ‘발명’된 흥남은 ‘노구치 왕국’이 되었다. 선주민의 토지 수용 때 공권력이 동원되고, 초대 흥남 읍장이 노구치 본인이었으며, 기업이 발행한 ‘구매권’이 화폐처럼 통용되고, 자본가가 출생과 사망신고를 받는 곳이었다. 그러면서 조선질소는 화학비료로 산미증식계획에 기여하고, 전시에는 화약, 항공기 연료 등 군수품 생산에 집중하며 일제의 식민지 개발, 전쟁, 점령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식민주의를 파악하는 새로운 틀

문학을 전공한 지은이가 흥남을 보는 눈은 독특하다. 1920년대 중반 이후 제국 자본과 식민 권력이 일체화되어 선주민들을 추방하고 요새 같은 공장을 중심으로 주변 세계와 인간을 새로운 생산체제에 편입시켰다는 점에 주목해, 저자는 흥남을 식민지/제국의 그라운드 제로라 명명한다. 그라운드 제로란 우선 식민 질서의 재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적 장소를 뜻하며, 동시에 식민지를 장악하려는 식민주의적 폭력의 최전선을 뜻한다. 저자는 흥남을 세 가지 전선이 교차하는 곳으로 의미 부여를 하면서 식민주의 재생산의 구조를 입체적으로 성찰한다. 수은중독에 의한 미나마타병의 원천을 파악한 것이 그 사례라 할 수 있다. 지은이에 따르면 식민 본국의 ‘공장법’ 규제를 받지 않은 채 기술실험을 자행해 흥남이 미나마타보다 뒤늦게 개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930년 이후로 산업공해 또는 그로 의심되는 증상이 만연되었다.

내지인의 천국, 조선인 노동자의 무덤

지은이에 따르면 흥남은 두 얼굴을 지녔다. 비료공장에 일하러 온 내지인들에게는 ‘천국’이었다. 이른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