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고 쓰는 일은 맨살로 세상을 만나는 일이다
오랜 가뭄에 단비가 내렸다. 시들어 가던 장미가 되살아나고, 나뭇잎이 반짝거린다. 온종일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으니 여름 내음이 확 밀려온다. 이 여름, 어린이 시인들은 어디서 여름을 만나고 있을까?
꽃내음 한 줄기에서 행복을 찾는 리유
수많은 돌멩이 가운데 ‘그’ 돌멩이를 알아보는 혜진
하루아침에 사라진 버드나무를 오래도록 그리워하며 품는 지우
박꽃이 피고 지는 순간을 함께하는 성빈
귀한 비를 알아보고 온몸으로 환대하는 영진
절로 눈이 가고 절로 따스한 손을 뻗게 되는 세상을 그린 아이들 시가 세상과 다정하게 만나는 법을 새로이 일러 준다.
서로의 뒷모습을 끝까지 봐 주는 게 사랑임을 아는 하연
사랑은, 좋은 건 다 주고 싶고 나쁜 건 다 덜어 주고 싶은 마음임을 이미 아는 지예
달걀 속에 담긴 할머니 사랑을 꿀꺽꿀꺽 삼키는 민성
아빠와 함께하는 순간을 영어와 바꾸고 싶지 않은 유빈
미용실 손님을 미용실 아줌마만큼이나 다행스러워하는 선경
좋으면 좋다, 그리우면 그립다, 사랑하면 사랑한다, 있는 그대로 세상을 향해 외치는 어린이 시인들과 함께 맨살로 세상을 만나는 순간, 이 여름이 달리 다가올 것이다.
〈올챙이 발가락〉을 꼬옥 붙잡고, 여름 속으로 풍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