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무슨 야구냐? 방송 댄스나 배워
학교에 야구부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은 나래는 아빠와의 추억이 떠올라 몹시 설렜습니다. 야구선수가 꿈이었던 아빠는 나래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함께 캐치볼을 하며 야구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아빠의 큰 손, 아빠가 생일 선물로 사 준 핑크색 글러브, 공을 던지고 배트를 휘두르며 놀았던 따뜻하고 몰랑몰랑한 기억들. 달콤한 추억에 젖어 다시 야구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참에 여자가 어쩌고 하면서 찬물을 끼얹은 것은 태식이었습니다. 원래 삐딱한 구석이 있는 녀석이라 평소와 다를 게 없는 말투인데, 나래는 유난히 화가 났습니다. 잘할 수 있을까, 여자라서 못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어쩌지, 하면서 망설이던 마음도 한순간에 사라졌습니다.
“너나 방송 댄스 배워. 나는 여자라서 야구나 하러 가야겠다.”
나래는 야구부에 들기를 권유하는 성국이를 따라 체육관으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나래는 다시 야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주장의 엄지척에는 뭔가 특별한 힘이 있다
야구부의 유일한 여자 선수라는 이유로 나래는 야구부 주장이 됩니다. 그래서 나래보다 못하는 선수들이 수두룩한데도, 실수를 할 때마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더 심한 비난을 받습니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버텨 보지만 마음만큼 몸은 따라주지 않아 배트는 날아오는 공을 맞히지 못하고, 날아온 공은 글러브를 벗어나기 일쑤입니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나래는 야구를 그만둘까도 고민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지금 가장 잘하고 싶은 것은 바로 야구라는 것을 깨닫고, 야구의 기본기인 체력부터 기르자고 마음을 추스르며 차근차근 노력합니다. 그러자 놀라운 일들이 벌어집니다. 비난 대신 칭찬이 그 자리를 채우고, 혼자라는 생각에 외롭던 나래에게 야구 연습을 함께하는 ‘까치들’이라는 친구들도 생깁니다. 게다가 전국초등 야구대회에도 참가하게 되면서 이를 계기로 존재 자체가 별 의미 없던 그저 이름뿐이던 주장으로서의 책임감도 생깁니다.
“주장은 엄지척만 해 주면 돼. 우리 까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