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디정이, ‘많이 정이 같다’는 뜻이야
삼 학년인 오빠 혁이는 말놀이를 잘한다. 일 학년 정이의 눈에는 거의 ‘국어사전’ 급이다. 질 게 뻔한데도 정이는 오빠와 ‘끝말잇기’를 시작한다. 오늘따라 단어가 잘 떠올랐는데, 오빠가 제시한 ‘카드뮴’ 때문에 또 지고 만다. 국어사전 같은 오빠가 사전에도 없는 단어를 꺼낼 줄이야! 딱밤까지 맞고 정이는 마음이 상한다. 그때 엄마는 정이와 혁이에게 가운데에 ‘디’를 넣은 말을 잇는 ‘디 말놀이’를 제안한다. 사전에 없는 말이어도 되고, 이기고 지는 것도, 벌칙도 없는 말놀이에 가족들은 푹 빠진다. ‘다디단’은 아주 달다는 뜻이니까 ‘봄디봄’은 ‘많이 봄 같다’는 뜻이고, ‘몰래디몰래’는 ‘많이 몰래’라는 뜻이겠지? 디 말놀이를 통해 정이와 혁이는 말의 맛, 말놀이의 재미를 깨닫는다. 말의 의미를 스스로 확장시키기도 한다.
“오늘 만든 말 중에 뭐가 제일 맘에 드니?”
엄마가 물었다.
“음, 정이디정이.”
오빠가 말했다. ‘정이디정이’는 ‘많이 정이 같다’는 뜻이다.
‘나 같다는 건 뭐지?’
궁금했다. (26쪽
정이는 나 자신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하지 않는다. ‘많이 정이 같은 것’, ‘가장 정이다운 것’에는 아주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소해 보이는 장면이지만, 여기에는 정이의 놀라운 변화가 담겨 있다. 다른 친구들과 달리 무엇이든 잘 먹는 아이인 것을 조금은 부끄러워하고, 오빠처럼 ‘예민한 아이’가 되어 어른들의 관심을 받기를 바라던 정이는 이제 ‘나다운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아이가 되었다. 어른들이 쉽게 붙인 ‘순한 아이’라는 말에 갇히지 않는 자유로운 태도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정이가 한 걸음 더 자랐다. 정이가 자기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찾아가는 과정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정이는 어떤 아이일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진짜 나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어린이가 느끼는 달달하고도 씁쓸한 인생의 맛
오빠가 가르쳐 준 ‘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