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으로 맺어지는 자일 파티
높은 산을 오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경사진 오르막길, 미끄러운 흙길, 길 없는 길을 땀 흘리며 한 걸음 한 걸음 숨 가쁘게 올라야 비로소 정상에 서서 큰 숨을 쉬며 저 먼 곳까지 바라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어른이든 아이든 그 길은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길이 아닙니다. 정상에 서는 기쁨을 마음껏 누리기 위해서는 스스로 힘든 과정을 거치며 올라야 합니다.
하지만 예외가 있습니다. 바위를 타고 오르는 암벽 등반에서는 둘이나 셋이 자일을 함께 묶어 한 명씩 차례로 오르기 시작합니다. 그중 한 사람이 미끄러진다 해도 나머지 사람에게 묶여 있는 자일 때문에 추락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 몸처럼 묶인 등반 동료를 자일 파티라고 합니다. 서로 호흡이 잘 맞고 믿음이 있어야 해낼 수 있는 것이 자일 파티와 함께 하는 암벽 등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근두근 자일 파티, 아빠
선우 아빠는 등산 용품 매장 앞에 커다란 사진이 걸릴 만큼 유명한 산악인입니다. 친구 민기는 선우가 씩씩하고 용감한 아빠를 닮지 않았다며 이상해합니다. 현태는 선우 아빠가 세상에서 가장 멋지다고 합니다.
아빠가 훈련에서 돌아온 날 선우는 학교를 마치자마자 집으로 달려갑니다. 오랜만에 집에 온 아빠는 암벽 오르는 데 필요한 장비들을 풀어 놓고 선우에게 자일과 안전벨트를 끼워 줍니다. 선우는 아빠와 자일 파티가 되어 암벽 오르기를 해내고,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히말라야에서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한 원정을 준비하는 아빠는 새 길을 찾으면 ‘선우의 길’이라고 이름 붙일 것이라 말해 줍니다. 그리고 다음에 둘이서 꼭 함께 오르자고 합니다. 선우는 자신이 아빠를 지키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원정을 떠난 아빠는 실종된 채 돌아오지 못합니다. 선우뿐 아니라 엄마와 동생 은수도 일상을 잃고 방황합니다. 선우는 아빠 때문에 알게 된 네팔 친구 텐징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깨달음을 얻고 주먹을 불끈 쥐고 아빠와 나눴던 이야기를 떠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