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그해 유월
후텁지근한 6월의 초입, 여느 때처럼 열차를 구경하러 산을 오른 흥순이는 난리가 났다는 소식에 급히 마을로 내려옵니다. 마을에는 북한군이 쳐들어왔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평온하던 일상은 순식간에 뒤바뀌어 버리지요. 머지않아 흥순이가 사는 웃개 마을은 몰려온 피난민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어집니다. 심지어 마을을 지키던 왜관 철교마저 폭파될 거라는 수군거림이 온 마을에 퍼져나갑니다.
“곧 왜관 다리가 모두 폭파된단다.”
봉임이 엄마의 목소리가 비장했다. 그 소문은 흥순이도 들어 알고 있었다.
북한군이 계속 내려오는 것을 막기 위해 낙동강 다리들을 모두 폭파시킨다는 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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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아이들의 꿈마저 앗아 가 버립니다. 최초의 여성 기관사가 되겠다는 흥순이의 당찬 꿈은 전쟁의 화마에 스러지고, 봉임이는 아버지가 인민재판에 휘말려 목숨을 잃자 그만 정신을 놓아 버립니다. 기관사로 일하던 형을 잃은 동수는 말수를 잃지요. 그러던 중 국군이 낙동강만은 지키려 한다는 이야기가 돌자 봉임이 엄마는 머리를 짧게 자른 뒤 세 아이의 손을 붙잡고 피난길에 오릅니다. 먹을 것도 없고 잘 곳도 마땅치 않은 여정은 몹시 고되었지만, 아이들과 봉임이 엄마는 길 위의 사람들과 유대를 쌓으며 고된 여정을 버텨 냅니다. 흥순이는 “사람은 모이면 힘이 세 진다”는 할아버지 말을 다시 한번 되뇌지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로 써 내려간 한국 전쟁
『왜관 철교』의 주된 줄거리는 픽션이지만 몇몇 굵직한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는 보통 사람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웃개 마을 사람들은 물론이고, 딘 소장 구출 작전에 참여한 김재현 기관사, 학도병으로 참전한 박상호 선수, 지게 부대에 합류한 수안 아빠 등 모두가 전쟁 당시 실존했던 ‘보통 사람들’이지요. 이들은 전쟁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인물은 아니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용감히 목숨을 던진 숨은 영웅들입니다. 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