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소원은 기억 하나를 지우는 거예요!
매일 밤 꿈에서조차 나타나 이로를 힘들게 하는 물총놀이 기억. 이로는 물총이라는 말만 들어도 흠칫 놀란다. 그날의 기억을 지우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괴롭기만 한데 친구도 물론 가족들조차 그런 이로의 마음을 몰라준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앞에 철장 안에 있는 새로 점을 치는 할머니가 나타났다.
“자! 새점 보고 싶은 사람!”
아이들이 눈을 끔벅이며 할머니를 쳐다봤다.
“새점이요? 그게 뭐예요?”
한 여자아이가 선생님에게 질문하듯 손을 번쩍 들고 물었다.
“새로 점을 치는 거지. 소원이 이루어질지 물어보면 새가 저 안에서 점괘가 적힌 종이를 물어다 줄 거야.”
- 본문 19쪽
아이들 사이에서 한참을 망설이던 이로는 드디어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말한다.
“작년에 물총놀이 했던 기억이요. 그 기억만, 딱 그 기억만 사라지면 정말 행복해질 것 같아요.”- 본문 25쪽
◆ 순 엉터리 새점, 소원은커녕 기분만 더 나빠지잖아!
새점을 본 뒤로 이로는 오히려 전보다 더 물총놀이 기억에 시달린다. 마치 허황된 새점에 소원을 빈 자신을 비웃기라도 하듯 가족들은 느닷없이 작년 여름휴가 때 이야기를 꺼내 이로를 화나게 만들고 친구들은 전보다 더 자주 물총놀이를 하자며 이로의 아픈 곳을 건드린다.
“이로 넌, 작년 여름에 지겹도록 물총놀이만 했던 거 같은데?”
형이 팔꿈치로 이로를 콕 찌르며 물었다.
“내, 내가 언제? 난 물총놀이 같은 거 안 했어!”
“그래? 아빠가 물총을 세 개나 사줬던 거 기억나는데?”가족들 모두 이상하다는 얼굴로 이로를 쳐다봤다.
“난 그런 적 없어요. 아니 이제 다 잊었다고요!” -본문 36쪽
가뜩이나 날카로워진 이로한테 먼저 아는 척을 하며 다가온 푸름이라는 아이. 설상가상으로 처음 본 푸름이마저 이로에게 물총을 쏘며 함께 물총놀이를 하자며 다가오자 마침내 이로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폭발한다.
“싫어! 싫다고 몇 번 말해야 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