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친구들이 학기가 바뀌면서 전학을 가 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전학은 단순히 학교를 옮기는 것이 아닙니다. 익숙해진 공간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면서 또 한 뼘 자라게 됩니다.
『어쩌면 날 좋아할지도 몰라』는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초등학생 아이들의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만남과 헤어짐을 아이들의 풋풋한 시선에서 풀어 낸 창작 동화입니다.
학기 중반에 전학을 가게 되면서 낯선 환경에 발을 들이게 된 준영이의 적응기인 동시에, 결국은 먼 곳으로 떠나게 되는 지훈이와의 따뜻한 우정 이야기지요.
새로 전학 온 준영이와, 반 여자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지훈이는 서로에게 호감이 있으면서도 선뜻 마음을 표현하지 못합니다. 준영이는 지훈이가 자신을 좋아하는지 아닌지 매순간 고민합니다. 하지만 준영이는 지훈이가 비록 겉은 차갑지만, 한없이 다정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동화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지훈이의 쓸쓸한 모습은 가슴 아린 향기까지 풍깁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마음에 상처를 간직하게 된 지훈이는 미술 대회에 입상하고도 함께 올 사람이 없어 전시장에 나타나지 않지요. 아픔을 간직한 지훈이게게 웃는 모습이 예쁜 준영이가 눈에 들어오면서 지훈이에도 두근거림이 시작됩니다. 또래들처럼 요란스럽지 않은 지훈이의 나지막한 고백은 읽는 이의 가슴을 잔잔하게 두드립니다. 지훈이가 떠나기 전날, 준영이는 눈 내린 놀이터에서 지훈이와 마지막 만남을 가집니다. 길모퉁이를 돌아서는 지훈이의 뒷모습을 보며, 언젠가 지금보다 멋진 모습으로 다시 만나리라 굳은 다짐을 하지요. 그렇게 지훈이를 통해 준영이는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비록 즐거운 일은 아니지만, 훗날 돌이켜 보면 준영이에게도 지훈에게도 이 시절은 잊지 못할 행복한 기억의 한 조각일 것입니다.
아이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감수성 예민한 초등학생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 나가는 작가 이성은, 『어쩌면 날 좋아할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