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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바디 멀티플 : 의료실천에서의 존재론 - 몸문화연구소 번역총서 5
저자 아네마리 몰
출판사 그린비
출판일 2022-05-26
정가 19,800원
ISBN 9788976828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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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5

1장 질병을 행하기 ― 19
분야들 간의 움직임 19 · 사람들의 관점들 28 · 실천의 실재 38 · 누가 행하기를 하는가? 49

2장 다른 동맥경화증들 ― 61
결코 홀로가 아닌 61 · 근본이 되는가 아니면 뒤따라가는가 72 · 대상들 84 · 어느 위치인가? 92

3장 조정 ― 101
지역적 정체성들 101 · 하나의 실재가 이긴다 105 · 합성 그림 122 · 번역 131 · 조정 149

4장 분배 ― 153
분리된 지역성들 153 · 진단과 치료 155 · 적응 기준 167 · 단계와 층 178 · 혈액이 있는 장소 188 · 다른 편과 다른 위치들 199

5장 포함 ― 205
하나의 전체로? 205 · 신체의 껍질을 벗기기 209 · 긴장과 루프 217 · 통합된 마찰들 229 · 간섭 242 · 존재론들 253

6장 이론을 행하기 ― 257
과학은 어떻게 관계 맺는가 258 · 의심 270 · 누구의 정치학 279 · 무엇의 정치학 288 · 선택을 넘어서 297 · 임상의학 302

옮긴이 해제 309
참고문헌 314
색인 321
다중적인 존재로 산다는 것은
책임을 나누며 산다는 것이다

바디 멀티플, 즉 ‘다중신체’라는 말은 일견 모순되어 보인다. 우리는 누구나 하나의 몸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하나인 이상 몸 또한 하나다. 그렇다면 여기서 몸이 다중적인 존재라는 것은 무슨 뜻일까? 하나의 질병, 그리고 그 상태를 겪는 하나의 몸이 실재하기 위해서는 환자와 의사가 서로를 필요로 해야 한다. 환자가 의사에게 증상과 고통을 말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의사가 의학적 설명과 진단 도구 그리고 치료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질병은 존재할 수 없다. 즉 ‘실재’는 ‘실행’에 따라 좌우된다. 그러나 병원에 환자와 의사만 있는 것도 아니다. 간호사, 테크니션 등의 실천에 따라 질병과 몸의 실재는 또 달리 다중화될 수 있다. 따라서 의료 현장은 하나의 몸과 질병에 대해 의사와 환자 그리고 테크니션 등이 서로 다른 해석을 하는 경합의 장이라기보다, 그들이 함께 실행한 여러 개의 몸과 질병이 공존하고 때로 충돌하지만 ‘연결되는’ 존재론적 정치의 장과 다름없다.

몸과 질병은 과학(의학·철학·사회학 등이 어떤 보편적/이분법적 틀로 고정시킬 수 없다는 몰의 주장은, 누구도 나의 몸과 질병을 완전히 통제하거나 설명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무엇이 치유인가에 대한 기준, 무엇이 건강이고 무엇이 ‘정상 상태’인가에 대한 기준이 각 주체마다 상이함에도, 우리는 기존의 사회문화적 기준과 과학기술학적 진단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그러나 『바디 멀티플』에서 드러내는, 온갖 진단과 검사에도 불구하고 다중적으로 실체화되어 제대로 포착할 수 없는 몸을 보다 보면, 이 세상 모든 존재에 대해 우리는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하며, 누군가의 생명과 안녕에 개입한다는 것은 판단과 정의 내리는 일이 아니라 “같이 조정하며 책임을 나누는 일”이 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서로 다른 존재, 서로 다른 사유 간의 횡단과 포용이 요구되는 시대에, 이 교훈은 도래하는 시대를 향한 큰 도약이 되어 줄 것이다.

실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