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제1부 종이
1. 깨끗한 시트: 파피루스라는 발명품
2. 동물의 살가죽: 양피지라는 소름 끼치는 발명품
3. 펄프 픽션: 중국 종이의 모호한 기원
4. 실크로드 위의 완벽한 종이: 종이, 세계로 뻗어 가다
제2부 본문
5. 천재적 솜씨: 글쓰기의 출현
6. 인쇄와 빈민: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와 가동 활자
7. 활자를 벗어나: 산업혁명을 만난 식자공
제3부 삽화
8. 성인과 필경사: 채색 사본의 발흥
9. 빛은 동방에서부터: 서양에 들어온 목판
10. 아로새긴 스케치: 동판 인쇄와 르네상스
11. 화학이 만든 이미지: 석판 인쇄, 사진 촬영, 현대식 책 인쇄
제4부 형태
12. 책 이전의 책들: 파피루스 두루마리와 밀랍 서자판
13. 제본: 코덱스의 등장
14. 장정: 진화의 끝
15. 판형: 현대의 책
콜로폰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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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다움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완성되는가?
책의 탄생과 진화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흥미진진한 모험
* 세상을 바꾼 ‘저급한’ 종이
“하느님이 하늘에서 탈무드 책을 읽으신다고 칩시다. 그 책은 과연 숫양과 염소의 가죽으로 만든 책일까요, 아니면 이런저런 저급한 재료로 만든 책일까요?” 1141년 유럽의 한 수도원장이 종이를 양피지에 비교하며 이렇게 일갈했다. 1150년에 스페인 발렌시아 근처에 들어선 제지 공장이 가동하던 당시 유럽에서 종이를 생산한 이들은 이슬람교도들이었다. 수도원장의 양피지 찬양은 종교적 적대감에서 비롯되었지만, 종이를 괄시한 당대 기독교인들의 편견이 작용한 결과이기도 했다. ‘낡아서 해진 속옷 뭉치’를 찧고 물에 불리고 체로 거른 다음, 누르고 말려 얻은 종이는 순결하고 우아한 양피지에 비하면 불결하고 천했다.
하지만 결국 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종이였다. 72단계나 거쳐야 겨우 한 장 나오는 종이 생산 과정이 기계화하면서 효율을 높였다. 1818년 판형이 56X81센티미터보다 큰 신문은 발행할 수 없는 법이 발효될 만큼 원재료인 넝마 품귀 현상이 심각했으나, 19세기 중반 목재 펄프로 종이를 만들게 되면서 해결되었다. 이후 사이징 처리(종이에 물이나 잉크가 번지지 않도록 하는 가공에 사용하던 황산알루미늄은 산성이 아주 강해서 책이 바스러질 정도였지만, 현재 알칼리성 사이징 약품을 사용한 중성지를 이용해 책을 만든다. 《책의 책》도 중성지에 인쇄했다.
* 인쇄 기계는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경이로운 업적
1452년 요하네스 구텐베르크는 거금의 투자를 받고 이자를 제때 지불하지 못했지만 똑같은 사람에게서 두 번째 투자를 받았다. 구텐베르크가 발명하기로 약속한 가동 활자는 채무불이행을 잊게 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1455년 그는 성경책을 송아지 피지에 30권가량, 종이에 150권가량 인쇄했는데, 앞 9쪽은 40행, 10쪽은 41행, 그 뒤 1,200쪽은 42행이었다. 제한된 제작비 때문에 미적 감각을 일정 부분 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