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 성장, 구원의 여성 영웅 서사
우리 전통의 캐릭터로 창조한 고전소설 풍의 한국형 판타지 동화
당찬 여자아이 개똥이가 영웅으로, 구원자로 거듭나다.
인연은 끝없이 이어진다는 세계관
이 작품의 내적 열쇳말은 인연이다. 인연의 실을 따라가며 맺고 푸는 세계를 구현했다. 이러한 세계관은 전통적 사고방식에 닿아 있는데, 운명론적 신비주의라기보다는 현실과 환상, 필연과 우연, 합리와 비합리를 겹쳐놓은 관점에 가깝다. 한 존재의 탄생은 수많은 인연의 결과이며 새로운 인연과 변화의 실마리다. 개똥이가 태어나기 전에 서로에게 목숨을 빚진 용왕과 윤씨 집안의 인연이 있었다. 그리고 용왕의 선물인 여의주는 새로운 사건의 시발점이 되고, 그것이 공동체를 위기에서 구하는 영웅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이렇듯 한 존재의 그 내력은 생각보다 깊고 길 수 있다. 그 과정은 단선적이지 않기에 일련의 사건에 관여한 모든 이들을 생각하면 한 명의 영웅은 한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 소망의 화신이라 하겠다. 그러니까 개똥이는 개성 있는 여자아이에서 한 집안의 딸이자 한 가정의 어머니, 동네의 구성원이자 공동체의 대표 인물이 되고 나아가 이 세계를 지키는 한 축을 담당하기에 이른 것이다. 개똥이가 맺고 푼 인연들은 세상 구석구석 퍼져 새로운 인연과 선한 인과를 만들어낼 터인데, 그것을 우리는 소망 또는 희망이라 일컫는다.
가계(家系, 본풀이, 영웅신화, 판타지 ?고전소설 풍의 한국형 판타지 동화
《개똥이》는 다양한 관점에서 읽고 조명할 수 있는 작품이다. 먼저, 윤관 장군에서 시작되는 윤씨 집안의 가계(家系로 읽힐 수 있다. 조상들의 인연이 어찌어찌해서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서술하는 이야기로 말이다. 그 점에선 샤먼의 본풀이로 읽어도 좋다. 본풀이는 샤먼이 자기가 모시는 신의 탄생과 활약을 풀어내는 서사다. 개똥이가 결국 서해 용왕이 되니, 그 내력을 이야기하는 작품으로도 읽을 수 있다. 또한 전형적인 영웅 설화 서사구조로 짜여 있으니, 덧붙일 것이 그대로 한 편의 영웅신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