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5학년 동규는 할머니와 단둘이 서울 신촌의 대학가 근처에서 살고 있습니다. 다섯 살 때 세상을 떠난 엄마는 기억조차 희미하지만, 함께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리던 기억은 이상하리만치 생생하게 남아 있어요. 그런데 할머니와, 재혼해서 따로 살고 있는 아빠는 엄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몹시 꺼립니다. 심지어 할머니는 동규가 습관처럼 종이비행기를 접는 것도 싫어해요. 도대체 어른들은 왜 엄마에 대해 얘기하지 못하게 할까요? 날이 갈수록 엄마가 그리워지는 동규의 마음을 왜 몰라주는 걸까요?
5·18 민주화 운동과 6월 민주 항쟁은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 2단원 우리나라의 정치 발전에서 비중 있게 다루는 역사적 사건들입니다. 불과 30~40년 전의 일이라 어른들에게는 익숙하지만, 어린이들에게는 낯설고 어렵기만 한 역사의 한 부분일 뿐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두 역사는 독재에 맞서 국민들이 스스로 쓴 자랑스러운 역사이자, 지금은 숨쉬듯 자연스러운 민주주의가 모두의 노력으로 힘겹게 싸워 얻어 낸, 그래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뿐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도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가치임을 생생하게 증언하는, 우리 현대사의 가장 중요하고 빛나는 순간들입니다.
《유월의 종이비행기》는 이렇게 훌륭한 우리의 역사를 어린이들이 꼭 알고, 그 값진 교훈을 마음속에 새기길 바라며 기획하였습니다. 마주별의 고학년 동화 《난민 말고 친구》와 《나라를 구하러 나선 아이들》을 쓴 최은영 작가가 기획 의도에 꼭 맞는 이야기를 집필하고, 《반달》,《자리》 등 품격 있는 만화를 그려 온 김소희 작가가 한뜻으로 그림을 그려 의미 있고 작품성 높은 동화를 탄생시켰지요. 책을 쓴 최은영 작가는 ‘너무 아파서 감추고 싶지만 꺼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또 들려주어야 할 이야기’라는 생각에 고심 끝에 작품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이 책은 1980년 5월과 1987년 6월의 민주 항쟁이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 이어져 있음을 주인공 동규의 아픈 가족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