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_사랑의 가면을 쓴 학대의 심리학
여는 말 _커뮤니케이션 속에 숨어 있는 악에 관한 보고서
1 <어린왕자> 다시 읽기
2 장미의 모럴 해러스먼트Moral Harassment
3 사막여우의 2차 학대Second Harassment
4 길들인다는 것은
5 보아뱀의 정체
6 X장군에게 보내는 편지
7 어른인 사람, 바오밥나무 그리고 양
맺는 말
참고문헌
해설 _누가 어린왕자를 구할 수 있을까
어린왕자는 과연 자살한 것일까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가 쓴 <어린왕자>는 2017년 300번째 언어로 출간됨으로써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번역된 책이 되었다. 75년 전에 쓰인 이 책이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그 주제가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른들’의 세상은 황폐하고 고립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저 유명한 문장은 인간이 되찾아야 할 소중한 가치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그러나 <어린왕자>는 정말 아름답기만 한 이야기일까?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그린 따뜻한 이야기일까? 조금만 생각해보면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어린왕자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요구하는 장미에 지쳐 자신의 별을 떠났는데, 종국에는 스스로 뱀에 물려 목숨을 끊음으로써 장미에게 돌아가려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어린왕자가 사실상 죽임을 당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무사히 자기 별로 돌아갔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그의 해석에 따르면 <어린왕자>는 동화가 아닌 복잡하고 까다로운, 그리고 조금은 공포스러운 심리소설에 가까워진다.
데이트폭력, 가정폭력, 아동학대의 공통점
저자는 <어린왕자>에서 사랑의 가면을 쓴 폭력의 메커니즘을 찾아낸다. 그리고 이를 ‘모럴 해러스먼트moral harassment’라는 개념으로 소개한다. 모럴 해러스먼트란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보이지 않는 폭력으로 정신적, 정서적인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괴롭힘을 말한다. 어린왕자는 장미로부터 이러한 학대를 당했고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학대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으며 대부분 비슷한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다. 친밀하고 오랜 연인 사이에서 주로 발생하는 데이트폭력이 대표적이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괴롭히면서 ‘사랑해서 그런다’고 변명한다. 피해자는 가해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한계 이상으로 노력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더 이상 견디지 못해 도망쳤다가도 가해자를 버렸다는 죄책감 때문에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