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유리집을 꿈꾸는 불면증의 군주
눈이 지배하는 세상 5
토마스 홉스의 한 구절 7
가시성의 역전 7
벤담의 판옵티콘 8
권력개념의 기초로서의 헤겔과 사르트르 10
개정판 서문 메타버스 시대의 시선, 권력, 그리고 푸코 12
1 문학 속의 눈
에드가 앨런 포의 《고자질하는 심장》 21
김영하의 《퀴즈 쇼》 26
사르트르의 《구토》 27
2 타인은 지옥
타인의 시선 33
잠시 전의 나를 무로 만드는 의식 36
스스로를 성찰하는 돌멩이는 없어 37
타인에게 있어서 나는 꽃병과 같은 사물 39
바라보임을 당할 때 생기는 것─수치심 40
사물로의 추락 41
사람과 사람 사이가 불편한 이유 44
눈이냐, 시선이냐 45
맹수처럼 싸우는 두 시선 47
이겼을 때가 곧 지는 순간 48
사랑의 불가능성 49
타인의 세계 속에 떨어진 것이 우리의 원죄 51
3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한 싸움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 55
최초의 주인과 노예 59
즐기는 자와 노동하는 자 61
공중에 떠 있는 인간 63
의식의 역전-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65
성실한 노동이 없으면 영원한 노예근성 68
4 헤겔과 사르트르
노예는 주인의 참 모습 73
훈훈한 인정의 사회는 있는가? 75
5 광기와 시선
광기가 웃음거리로 되어 간 역사 81
광인을 쇠사슬에서 풀어준 피넬 83
튜크의 ‘묵상의 집’ 85
족쇄로부터의 해방 86
시선과 공포 87
공포와 이성 88
광인의 언어 90
광인을 향한 시선 91
광인은 영원한 미성년자 94
프로이트, 의료 권력의 탄생 96
6 의학과 시선
회진하는 의사들 101
근대 임상의학의 탄생 103
‘보는’ 눈, ‘말하는’ 눈 105
시선의 주권 107
‘아는 눈’, ‘지배하는 눈’ 108
시체를 해부하라 109
죽음과 시선 112
개인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의학
판옵티콘
라틴어로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다는 뜻의 판옵티콘(Panopticon은 18세기 영국의 계몽주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이 구상한 감옥 건물 설계도의 이름으로, ‘시선이 곧 권력’이라는 명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이다. 이름에 걸맞게 건물 가운데 있는 망루에서 간수 한 사람이 반지 모양의 원형 건물 전체를 일목요연하게 감시한다.
죄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은 간수에게 완전히 노출돼 있다. 하지만 죄수들은 중앙 망루에 있는 간수의 모습을 보지 못한다. 망루가 어둡기 때문에 거기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언젠가 한 번 망루에 간수가 앉아 있는 것을 보았으므로 24시간 내내 거기에 간수가 있거니 하고 짐작만 할뿐이다. 여기에 감시 권력의 중요한 원리가 있다. 즉 감시자의 존재는 편재(遍在하되 확인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메타버스 시대의 시선과 권력의 관계는?
벤담의 판옵티콘은 오늘날의 전자 감시 체제에 비하면 애교에 불과하다. 도로 위, 주택가 골목 곳곳에 있는 CCTV는 현대판 판옵티콘이다. CCTV 카메라 렌즈의 시선을 어렵사리 피한다 해도 당신은 여전히 판옵티콘 속에 갇혀있다. 무심코 주고받은 이메일, 휴대폰 앱에 저장된 쇼핑이나 검색 기록들, 단톡방에서 나눈 대화들, 해지된 은행거래 내역 등이 언젠가 당신을 옭아맬 판옵티콘들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온 국민이 식당이건, 병원이건 꼬박 QR 코드로 자기 동선을 국가에 신고하고 다니던 경험도 겪었다.
『시선은 권력이다』초판이 나온 2008년만 해도 전자 판옵티콘은 고작해야 휴대폰이나 전자 사원증 정도였다. 14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천지개벽했다. 로봇이 심심찮게 눈에 띄고, 가상 인간이 모델계를 석권할 기세고, 사람들이 꼼짝 않고 집에만 있으면서 가상현실 속을 거닐게 될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메타버스 시대의 도래가 예감되는 역동적인 순간이다.
푸코가 어렵다고?
『시선은 권력이다』는 시선의 이야기이면서 또한 권력의 이야기다. 푸코 철학 입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