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_당신의 공부는 안녕하십니까
01 … 공부를 공부하는 팔방미인
장르를 넘나드는 작가 장정일_소영현
02 … ‘말’의 형식을 깨고 의미를 발명하다
조선 만담의 창시자 신불출_임세화
03 … 시대의 마운드에서 퇴장당하다
‘조선 야구’의 시작과 끝 박석윤_김민섭
04 … 홀로 배운 침술로 일군 공동체의 꿈
시인 신동문_한영인
05 … ‘강인한 육체’의 여성, 영화라는 금지된 모험
한국 최초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_권두현
06 … 유신정권과 개발독재가 낳은 비극, 철거민
만들어진 ‘무등산 타잔’ 박흥숙_강부원
07 … ‘무한동력 장치’는 실패했지만 ‘인생’에 실패는 없다
발명가 오필균_오영진
08 … 문학과 사회주의, 독학자들의 영원한 다리
임화와 마츠모토 세이초의 독학과 기연_황호덕
09 … 우리의 앎은 돌이킬 수 없이 연루되어 있다
스스로를 불사른 평화시장 재단사 전태일_김대성
10 … 밀항자의 예술지도
추방, 난민, 독학의 화가 조양규_김만석
11 … 민주 노조운동의 산증인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김진숙_천정환
12 … 잊힌 근대사 현장, 용산의 역사를 찾아서
향토사학자 김천수_임태훈
13 … 사법고시 합격에서 SW 개발까지
실천적 정치인 고故 노무현 대통령_조형래
14 … 나의 삶이 당신에게 글이 될 수 있다면
트랜스젠더 소설가 김비_허민
15 … 조선의 힘으로 근대화를 꿈꾸다
조선 최초의 철도사업가 박기종_장병극
16 … 1,200도 불꽃 자유자재로 … ‘과학 한국’ 우리 손에 달려
초자硝子 가공 장인 김종득·김진웅_최형섭
17 … 융합과 통섭을 실천한 근대 지식의 ‘오덕후’
팔방미인 저술가 현병주_류수연
18 … 1,800건의 북 리뷰로 추리소설의 지도를 그리다
1세대 북 리뷰어 홍윤(물만두_홍덕구
19 … 용접봉을 쥐던 손이 카메라를 들다
용접사 출신 산업사진가 조춘만_이영준
20 … 기민棄民이 국가에 고함
시베리아 조선인 포로 유족 문용식_심아정
주석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이름의 대자보가 붙었던 곳은 그로부터 3년 전인 2010년, 또 하나의 기억할 만한 대자보가 붙었던 자리였다.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그 대자보에서 작성자 김예슬은 이렇게 썼다.
이름만 남은 ‘자격증 장사 브로커’가 된 대학, 그것이 이 시대 대학의 진실임을 마주하고 있다. 대학은 글로벌 자본과 대기업에 가장 효율적으로 ‘부품’을 공급하는 하청업체가 되어 내 이마에 바코드를 새긴다. 국가는 다시 대학의 하청업체가 되어, 의무교육이라는 이름으로 12년간 규격화된 인간제품을 만들어 올려 보낸다. 기업은 더 비싼 가격표를 가진 자만이 피라미드 위쪽에 접근할 수 있도록 온갖 새로운 자격증을 요구한다. 이 변화 빠른 시대에 10년을 채 써먹을 수 없어 낡아 버려지는 우리들은 또 대학원에, 유학에, 전문과정에 돌입한다. 고비용 저수익의 악순환은 영영 끝나지 않는다. ‘세계를 무대로 너의 능력만큼 자유하리라’는 세계화, 민주화, 개인화의 넘치는 자유의 시대는 곧 자격증의 시대가 되어버렸다.
김예슬의 자퇴는 사회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선언의 과단성은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비밀을 누설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 알고 있지만 체념적으로 받아들였던 사실을 우리로 하여금 정면으로 마주하게 했다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그의 목소리는 임금님이 벌거벗었다는 사실을 외친 천진한 꼬마의 목소리를 닮았다. 세상에 대해 ‘너무 많이 아는’ 어른들이 세상일이란 원래 그런 거라고, 체념을 지혜로 교묘하게 뒤바꾸려 할 때 천진한 아이는 눈에 보이는 진실로 그 간계에 맞선다. 김예슬은 대학이 학문 탐구의 전당이 아니라 ‘기업의 하청업체’이자 ‘자격증 장사 브로커’임을 만천하에 드러냄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체념적으로 회피하고 싶었던 진실과 대면하게 만들었다.
독학자, 앎과 삶을 지탱하고 있는 시스템에 대한 고민의 결과
2010년 김예슬의 선언과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