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과 같은 일제강점기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열세 살 애기 해녀 새벽이의 힘찬 도전
해녀의 딸로 태어났지만, 새벽이는 바다가 무서워 열세 살이 되도록 수영도 못하는 작고 나약한 소녀였습니다. 언니 둘을 물속에서 잃은 후, ‘너는 절대 물질하지 말아라.’는 어머니의 강한 뜻 때문이기도 했지만, 새벽이는 물이 두려웠지요.
하지만 아버지는 어디에 있는지 소식이 없고, 혼자 가족의 생계를 이어 가던 어머니가 빚을 갚기 위해 오랜 기간 출가 물질을 가자 새벽이는 물질을 배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언제까지 이웃의 도움만으로 살 수 없고, 동생들과 할머니를 먹여 살리려면 무엇이든 해야 했는데, 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물질 말고 없었으니까요.
왕해녀 할머니의 도움으로 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물질을 배우면서, 새벽이는 물질하기 전까진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됩니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자신의 것을 나누어 주었던 바다였지만,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면서 물질을 하는 데도 등록비를 내고 허가를 받아야 했고, 내가 잡은 것의 가치도 정당하게 받아낼 수 없었지요. 그 가치를 받아들일 수 없어 잡은 것을 모조리 바다에 쏟아 버리면 그런 행동으로 또 매를 맞기 일쑤였고요. 주권을 잃은 국민은 먹고사는 일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부당함에 맞서면 감옥에 갔고,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해녀들은 불만을 모두 표출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희망이 없는 절망과 어둠의 시기였지요.
그런 서러움이 있는 한편, 물질하는 동안만큼은 바다가 아름다웠고, 함께하는 해녀들도 따뜻했습니다. 처음 물질을 나온 이를 배려해 주었고 자신들의 경험을 나누어 주었으며, 새벽이의 빈 망사리에 자신들이 잡은 것을 넣어 주는 온정도 있었지요. 어머니가 출가 물질을 간 9개월여 기간 동안 새벽이는 할머니에게 며느리가 되었고, 동생들에겐 엄마가 되었으며, 스스로는 두려움을 극복해 해녀가 되어 가고 있었지요. 열세 살 소녀가 감당하기에 이것만으로도 삶의 무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