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제1부 가깝고도 먼 그대, ‘부부별곡’
유희춘과 송덕봉의 ‘부부의 세계’
남사친 여사친의 러브레터, 삼의당 김씨와 하립
조선에서 부활한 ‘오르페우스 신화’
부부유별과 이혼의 법칙
제2부 시대와 사랑, 그 찬란한 불협화음
아스카로 꽃핀 백제의 숨결, 전지왕에서 고야신립까지
서라벌은 밤이 좋아, 「처용가」와 도시남녀
고려 여인에서 이국의 황후로, 기황후
분방함에 취해 비틀거리다, 「쌍화점」과 「만전춘별사」
인도 며느리와 페르시아 사위, 허황옥과 아비틴
제3부 반하다, 통하다
규방의 반란, 여항의 밀회?고려 여인들의 삶
글로 배우는 ‘사랑의 기술’, 고려의 한시
국경과 신분을 넘은 커플, 안장왕과 한씨 여인
‘나리’말고 ‘오빠’라 불러다오, 황희와 이이
이황과 두향의 러브픽션
열정과 뮤즈의 이름으로, 정철과 강아
희롱하다 정분날라, 물놀이와 화전놀이
제4부 도발이 만발하여
춘화와 음담의 서사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 ‘도미 설화’
원효와 의상의 ‘여인천축국전’
다름의 미학, 「한림별곡」과 「공공상인」
욕망, 금기를 넘다?정중부의 두 딸
무의식에 노닐다, 조신의 「꿈」과 이규보의 「꿈속의 여인」
제5부 죽음에 이르는 유혹
살인을 부른 치정의 추억, 『흠흠신서』의 사건파일
내시와 궁녀, 그 아픈 발자국
봉빈과 소쌍의 나의 ‘아가씨’
고구려판 ‘천일의 스캔들’, 「황조가」에서 관나부인까지
정절의 나라의 마녀사냥, 유감동과 어우동
신여성 트로이카, 나혜석·윤심덕·최승희
미주
참고문헌
새롭게 복원된 ‘밑줄치지 않은’ 곳의 역사
미시사(microstoria는 개인으로서의 인간 또는 소집단을 통해 역사적 리얼리티의 복잡 미묘한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다. 역사란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이 역사학은 과거 속에 묻혀 희미해져버린 이들의 생생한 삶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줌인(zoom-in의 역사학’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친숙한 역사의 사건과 인물을 ‘미시사’ 혹은 ‘연애사’라는 렌즈를 통해 새롭게 조망한 이 책은 정사正史와 문헌을 풍부히 활용하여 한국의 역사와 문학 속의 사랑을 다루었다. 그때 그 시절의 연애사건을 들여다보노라면, 천촌만락 희로애락의 인간 군상과 맞닥뜨릴 수 있다. 『삼국사기』·『삼국유사』·『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 등에서 정사의 위엄과 권위 사이로 흐르는 풍요로운 서사를 엿보고, 『한서』·『삼국지·위서·동이전』·『일본서기』·『고려도경』 등에서는 동아시아 역사의 흐름 속에서 공유되거나 대립하는 관계망들을 확인할 수 있다. 『흠흠신서』·『퇴계집』·『연려실기술』·『어우야담』 등을 통해서는 켜켜이 쌓인 개개인의 사적이고도 은밀한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과거의 기록들을 통해 소소한 일상과 사건, 눈물과 한탄, 춘정과 욕정이 공명하는 순간들을 마주함은 또다른 발견의 기쁨이다. 유적지에 얽힌 사연과 뒷골목을 휩쓸던 야사, 세간의 소문과 낙서의 파편들이 우리에게 다시 생생한 서사로 부활하는 것이다. 렌즈의 초점을 사건에서 사연으로, 연혁에서 시간으로, 기록에서 자취로 옮길 때 우리는 비로소 숨겨진 서사와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다. 그것은 로맨스, 스캔들, 에로티시즘의 장면이요, 낭만과 순정, 불륜과 간음의 현장이다. 그 사연의 자취는 시가 되고 역사가 되어 마침내 그 시대의 풍경이 된다. 그리하여 기존의 역사서가 정치사 중심·남성 중심의 역사책이었다면, 이 책에서는 기존의 역사에서 그다지 중점을 두지 않았던, 즉 밑줄을 치지 않은 곳의 역사가 새롭게 복원된다.
옛날 사람들도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