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 김주영은 현재 연주뿐만 아니라 라디오 방송 진행, 강연, 칼럼 집필 등 전방위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피아니스트다. 그는 피아노를 치면서 쇼팽에 대해 품어 온 수많은 궁금증을 안고, 쇼팽이 태어난 폴란드 젤라조바볼라에서부터 연인 조르주 상드와의 이야기를 간직한 발데모사와 노앙을 거쳐 음악가로서 주 무대로 활동하며 정점을 찍은 파리까지 쇼팽의 자취를 따라갔다. 무엇보다도 저자 자신이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다 보니 쇼팽의 작품 속으로 한걸음 더 들어간 이야기에서 연주자로서 그의 진가가 더욱 빛난다.
39년간 지상에 머물다 간 쇼팽의 짧은 인생은 크게 폴란드 바르샤바를 중심으로 음악적 자아와 지향점을 형성해 간 전기와, 프랑스 파리를 주무대로 주요 작품들을 쏟아 낸 후기로 나뉜다. 1810년, 폴란드의 작은 마을인 젤라조바볼라에서 반은 프랑스인, 반은 폴란드인으로 태어난 쇼팽은 생후 7개월가량 되었을 때 바르샤바로 이주하여 그곳에서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살았다. 그는 아달베르트 지브니와 요제프 엘스너로부터 피아노와 작곡을 배우면서 요한 제바스타안 바흐의 평균율을 성경처럼 신봉하고 볼프강 아메데우스 모차르트와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 등을 친근하게 느끼는 ‘고전적’ 음악가로 성장했다. 무엇보다도 이 시절 그에게 깊은 인상을 준 것은 폴란드 시골 사람들의 춤과 노랫가락이었고, 이는 훗날 그의 작품 속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평생에 걸쳐 소중한 예술적 자산이 되어 주었다.
러시아가 폴란드를 침공한 1831년, 슬픈 조국의 현실을 뒤로 하고 파리로 건너간 쇼팽은 낮에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밤에는 사교계를 드나들며 당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과 교유하는 가운데 천재의 날개를 활짝 펼쳤다. 특히 약 9년간 파리와 노앙을 오가며 이어진 상드와의 사랑은 그의 걸작을 탄생시킨 핵심적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예술가로서 한결같이 정진한 것과는 반대로 그의 육신은 너무 일찍 쇠하고 말았다. 비록 육체적으로는 빈약했지만 그것을 넘어 그가 남긴 음악은 19세기 낭만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