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없이 사는 일
어쩌다 만난 먼 나라 공주님이
무심코 올린 사진 한 장 때문에
우주 대스타가 된 웜뱃,
먹고 놀고 자고 네모 똥을 눴던 별일 없는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먹고 놀고 자는 일의 위대함
2019년 발생한 코로나로 인해, 일상을 잃어버리기 전 누구도 ‘먹고 놀고 자는 일의 위대함’과 ‘마스크 없이 숨 쉬는 일의 소중함’을 몰랐어요. 예상치 못한 ‘코로나’ 덕분에 숨 쉬는 일과 먹는 일, 놀고 자는 일과 그냥 심드렁하게 보내온 일상의 위대함을 재발견하게 됐지요.
《별일 없는 마을에 그냥 웜뱃》의 웜뱃도 그랬어요. 먼 나라 공주님을 만나 원치 않게 우주 대스타가 되어 버린 웜뱃에게 일어난 일은 재앙과 같았어요. 자신의 굴로 내시경 카메라가 들이 밀어지는 끔찍한 상황을 겪은 것으로 비극은 끝나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모든 원망을 웜뱃에게 비난과 ‘탓’을 돌렸지요. 모두 ‘웜뱃이 문제’라고 외치는 난감한 상황! 웜뱃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어요.
그런데 이 이야기, 왜 낯설지 않을까요? 이 이야기를 과연 웜뱃만의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예기치 못한 친구와의 갈등, 가족 문제, 사회 문제, 건강 문제 앞에 무방비인 모두의 이야기가 아닐까요?
도망치거나 울거나 아니면 맞서?
《별일 없는 마을에 그냥 웜뱃》의 웜뱃은 쏟아지는 비난을 등지고 호수로 몸을 피했어요. 그리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옛날로 돌아가고 싶어 했지요. 아마도 예기치 못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라면, 우리도 이런 모습일 것예요. 회피하거나, 상처를 받아 눈물 흘리거나, 간혹 용기 있게 맞설 수 있겠지요. 하지만 《별일 없는 마을에 그냥 웜뱃》의 웜뱃은 “굴을 파자!”로 결론을 내립니다. 《별일 없는 마을에 그냥 웜뱃》의 웜뱃은 조금 많은 굴을 팝니다. 그러는 동안에 사람들은 ‘문제의 웜뱃’이 사라진 것과 무관하게 자신들의 일상을 살아가고요. 이제 더 이상의 문제는 없는 걸까요? 문제는 해결이 된 걸까요?
나라면 내 굴에 그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