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제1장 정신의학의 탄생
정신과가 없던 시절, 광인들은 집에 묶여 있거나 길거리를 배회하거나, 혹은 호스피스등에 치매, 걸인, 부랑자들과 뒤섞여 감금되었다. 19세기 비로소 정신병자 수용소가 탄생하면서 정신의학은 비로소 독립된 전문분과로서 첫발을 뗀다.
제2장 수용소의 시대
19세기 중반을 지나면서 치료적 수용소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구속과 사슬이 없어지고 광란의 울부짖음도 사라지는 그 즈음 수용소는 몰락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다.초만원으로 변하는 수용소에서, 의사들은 밀려오는 환자들에 짓눌린다.
제3장 생물학적 정신의학의 탄생
19세기 과학혁명의 물결은 틀이 잡혀 가던 정신의학에도 흘러 들어왔다. 1세대 생물정신의학자들은 정신질환이 운명이 아니라 뇌의 질병이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 했다. 그러나 빈약한 근거와 퇴행이론 등은 자가당착에 빠지고 정치적으로 악용된다.
제4장 신경성 질환의 시대
혐오의 대상이 된 정신의학, 하지만 수용소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환자와 대중의 혐오를 피하고 부자 환자를 유치하려는 의사는‘신경성’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낸다. 신경성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온갖 치료법이 난무하던 이 시기 드디어 심리적 치료의 싹이 튼다.
제5장 정신분석, 그리고 정신의학의 단절
각종 요법이 성행하던 시기에, 프로이트는 정신분석을 고안해 내어 부르주아 계층의 자기성찰 욕구를 채워 주게 된다. 프로이트의 추종자들은 정신분석을 치료에 적용하고, 더 나아가 운동의 차원으로 확장하기에 이르렀다.
제6장 대안을 찾아
정신분석과 수용소 사이에서 정신과 의사들은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신경매독의 열치료법과 수면연장법 등은 약물혁명을 예고했는가 하면, 전기충격요법과 뇌엽절제술은 격렬한 반反정신의학 운동을 야기했다. 그리고 치료공동체라는 새로운 대안이 등장한다.
제7장 생물정신의학의 부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신의학은 두 개의 진영으로 나뉘게 된다. 정신질환의 후천적 원인을 주장하는 정신분석 진영과, 유전적,
정신의학의 역사를 쓴다는 것
과학과 사회의 틈새를 질주하는 기록
근대 이전 광인은 각 가정이나 마을에서 알아서 “처리”되었고, 17세기 이후에야 등장한 정신의학은 ‘대감금’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며 그 첫발을 내딛었다. 의사들은 저급한 뇌수술을 시행하였고, 환자들은 아무 이유도 모른 채 두개골을 절단당하고, 냉온수 마찰과 전기충격 같은 근거없는 치료법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다.그로부터 50년 후 현대의 정신과 의사집단은 개인의 성격적 특이성과 실존적 고통을 모조리 질병의 범주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으며, 거대 제약회사는 프로작 같은 정신약물을 가정 상비약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 책이 쓰는 역사는 직선적이다. 18세기 말 치료 수용소의 등장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20세기 말 정신과 개원의의 조용한 진료실에서 끝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정신의학을 장악했던 프로이트 이론은 겨울의 마지막 눈처럼 사라져 가고 있다. 정신의학의 역사를 새롭게 바라볼 시점이다. 정신질환의 근거가 뇌에 있다고 보는 흐름은 우리 시대에 와서 뇌에 최우선 순위를 둔 생물학적 관점에 도달했다. 또한 이 책이 쓰는 역사는 지성의 역사가 아니라 망각된 인물을 생생하게 복원하는 사회사이다. 정신의학이 문화와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초점을 맞출 것이다. 종종 순수한 과학의 승리라고 묘사되는 사건에도 문화와 상업성이 어떻게 침투했는지 보여줄 것이다.
이 책의 원서《A History of Psychiatry》는 1997년에, 한국어판 역서는 2009년에 출간되었다. 그리고 2020년, 역서의 개정판이 출간된다. 대략 10여 년의 간격을 두고 있다. 2009년의 정신의학을 1997년의 특성이 양적으로 팽창하고 범위가 넓어진 것으로 본다면, 2020년은 10여 년 전과 어떻게 달라졌을까?
200여 년 동안 정신의학이 추구해 온 궁극적인 주제는 사회적 가치관과 정책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 정신질환의 과학적 실체를 찾는 것이었다. 의료는 질병을 넘어서 삶의 불행을 돌봐야 할 책임이 있는가? 어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