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한 공주가 섬세한 왕자를 만난다면?
백설공주, 신데렐라 등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동화 속에서 왕자는 용감하고 진취적인 인물로, 공주는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의존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동화는 어린아이들에게 성역할에 대한 잘못된 고정 관념을 심어 준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망나니 공주처럼』은 이러한 편견에서 벗어나 평등한 조건에서 자기다움을 이야기하는 동화이다. 작품 속에서 공주는 거추장스러운 드레스를 벗어 던지고 왕자를 구하는 씩씩한 인물로 등장한다. 사냥에 소질 없던 왕자는 공주를 만나고 나서야 자신이 바느질, 요리, 정원 가꾸기에 재능이 있다는 걸 발견한다. 그리고 둘은 결혼을 하면서 나라를 다스리는 왕의 역할을 공주가 맡고 왕자는 왕의 남편이 된다.
이금이 작가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올바른 성평등 의식을 일깨워 주고자 성에 대한 고정 관념 없이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는 등장인물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림을 그린 고정순 작가 역시 겉모습이 화려한 공주와 왕자가 아니라 평범한 모습을 그려 냄으로써 작품의 주제를 한껏 살렸다.
공주답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작은 왕국의 앵두 공주
작은 왕국에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망나니 공주 전설’이 있다. 제멋대로 자란 망나니 공주 때문에 백성들이 모두 떠났다는 이야기이다. 작은 왕국의 공주, 앵두는 망나니 공주처럼 되지 않으려고 늘 노력했다. 그런데 열 번째 생일을 앞두고 앵두는 걱정이 많아졌다. 다가오는 민가 체험 때문이다. 몇 시간만 품위를 지키며 공주답게 행동하는 것도 힘든데 일주일이나 남의 집에 가서 살아야 하다니……. 하지만 공주는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는 법. 앵두는 ‘자두’라는 비슷한 또래 아이의 집을 체험하러 간다. 앵두를 극진하게 공주 대접하는 자두네 식구들과 달리 자두는 앵두에게 시큰둥하다. 자두는 앵두 공주를 따라 지은 자신의 이름이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평생 쓸 자기 이름을 다른 사람이 짓는 건지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