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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플라톤 정치철학의 해체
저자 박동천
출판사 모티브북
출판일 2012-02-27
정가 23,000원
ISBN 9788991195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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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출간의 의미

정치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공동체가 직면한 실제적인 과제에 대해 최선의 대응방안을 찾아내는 사업이다. 이 사업에는 미리 정해진 정답이 있을 수가 없고,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판단을 잘못했을지도 모르는 불확실성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집단적 의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논쟁을 하더라도 일단 결정이 내려진 다음에는 차후의 진행과정에 대해 구성원들이 공동책임을 지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정치적 문제를 앞에 두고 논쟁이 벌어질 때, 어떤 불변의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자세로 임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 때문에 주어진 현안에 대한 논쟁이 토론과정에서만이 아니라 결정이 내려져 정책이 시행된 다음에도 무한히 연장될 때가 많다. 아울러 이러한 상황을 불길하게 여기면서 우려하는 목소리는 적지 않지만, 대개 이 책임을 정치인들 및 정치 풍토에게만 묻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지식인 사회의 책임도 크다고 봐야 한다. 특히 인간사회의 정치와 경제와 법을 논하는 인문사회 분야 지식인들이 책임질 부분이 크다. 한국에서 인문사회 분야에 종사하는 지식인들 사이에는 정치적 현안이 발생했을 때, 어떤 보편적인 원칙이나 기준에 의거해서 문제에 대한 정답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기 때문에 정치의 문제에서는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시의성이 무시되고 정치적 논쟁이 쉽사리 추상적인 이론들 사이의 무한한 논쟁으로 번져나가는 경향이 나타난다.
정치적 현안에 관해 지침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어떤 표준이 있다는 발상은 가깝게는 근대 과학의 역량을 과신한 데서 비롯된 과잉 합리주의에서 비롯되지만, 더 멀리 연원을 찾는다면 플라톤에 대한 편협한 독해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사회의 지식인이라면 빠르면 중등교육, 늦어도 고등교육 과정에서 소위 플라톤의 철인왕 이론과 형상론에 접하게 된다. 실제 문제를 어떤 확실한 지식에 의해서 풀어낼 수 있다고 보는 발상은 이와 같은 플라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