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1장 한반도 물고기의 품격
01. 생긴 대로 산다? 사는 대로 생겨진다 / 고등어
02. 천지신명에게 바쳐지던 귀하신 몸 / 명태
03. 사덕을 갖춘 선비의 몸가짐 / 조기
04. 절도 있는 은빛 칼날의 아름다움 / 갈치
05. 추운 겨울을 견뎌 성장하는 과묵한 수행자 / 조피볼락
06. 망둥이가 동경하는 높이뛰기 선수 / 숭어
07. 죽더라도 같이 죽는 참사랑꾼 / 홍어
2장 친애하는 인간에게, 물고기 올림
08. 개체의 연약함을 대가족의 단결로 극복하다 / 멸치·실치
09. 사람도 물고기도, 때와 철이 있다 / 전어
10. 신분은 달라져도 본질은 그대로 / 넙치
11. 외모지상주의를 정면으로 돌파하다 / 아귀
12. 자연과 인간 사이에서 적색경보를 울리다 / 뱀장어
13. 강물이 흘러야 돌아온다 / 복어
14. 물고기의 흥망성쇠에서 대자연의 순환을 보다 / 꽁치·청어
3장 뼈대 있는 가문의 단단한 뚝심
15. 외강내유의 고고한 군자 / 꽃게
16. 곧고 강직함이 대쪽과 같다 / 대게
17. 험악한 털복숭이, 그 속은 천하일색 / 털게·왕밤송이게
18. 자연을 정화하고, 과학자에게 영감을 주는/ 갯가재·쏙
19. 바다노인? 허리는 굽었어도 기력은 왕성! / 새우
20. 무한경쟁의 끝은 공멸이다 / 따개비
4장 뼈대 없는 가문? 휘어질지언정 꺾이지 않는다
21. 알고 보면 뼈대 있는 진짜 양반 / 오징어
22. 먹물 좀 먹어본 바다의 지식인 / 문어
23. 풍수지탄의 부끄러움을 아는 / 낙지
24. 바닷속 토끼와 거북이 / 군소·군부
바닷속에도 토끼가 산다?
식탁에서 밥상까지, 우리나라 물고기를 총망라하다
“지구생물의 80%는 바다에 산다. 우리는 오직 1%만 알고 있다.” 충청남도 서천에 위치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씨큐리움 벽에 적힌 표어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인 황선도 박사는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나머지 99%를 밝혀내고, 이 앎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한 끝없는 여정을 이어나가는 순례자다. 그가 거침없이 풀어나가는, 바닷내음 물씬 풍기는 입담을 정신없이 듣다보면, 정작 우리는 인류가 알고 있는 1%에서도 많은 부분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통감하게 된다. 한반도의 ‘토종 과학자’를 자처하는 만큼, 한반도의 ‘토종 물고기’에 관해 소상히 꿰뚫고 있다. 식탁에서 출발해서 해양생물과 관련된 역사와 문화, 풍속, 언어 등 다양한 주제들을 상세하게 풀어내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모델 뺨치는 S라인 체형을 뽐내는 고등어에서부터 책가방 끈 긴 바다의 ‘먹물’ 문어에, 용궁에서 육지로 돌아가지 못한 토끼의 이야기까지. 저자가 풀어내는 물고기 이야기 한마당은 더할 나위 없이 구성지다. 더욱이 하나하나가 우리네 식탁, 우리네 삶의 현장과 직결되어 있으니 누구나 그의 이야기에 마음 한 구석에 묻어둔 추억 한 조각을 떠올리게 될 정도로 구수하기 까지 하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점은 이렇게 구성진 이야기 한마당이 그저 즐겁고 흥겨운 가락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벼운 필체로 재미지게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담긴 생물학적 배경지식, 해양생물에 관한 다양한 생태환경 등은 여느 전공서적 못지않을 정도로 상세하고 치밀하다. 재미있고 유익한 물고기 이야기에, 자연을 마주하는 인간의 책임을 묻는 사뭇 진지한 성찰까지 가미되어 있다.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으로서의 물고기 밖에 몰랐던 사람이라면, 우리가 흔히 ‘안다’라고 생각했던 고등어·명태·실치·오징어 등 친숙한 생물들의,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얼굴을 접하게 될 것이다.
족보가 사라진 세상, 뻘에 새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