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긴요! 우리도 다 알아요!
비교하고, 평가하고, 무시하는 어른들의 말, 말, 말!
어른들은 모른다. 어린이가 얼마나 어른들의 말에 신경을 쓰는지! 어른들이 생각 없이 던지는 핀잔, 평가, 비교의 말은 어린이의 마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다. 『숙제 손 지우』는 만화 속 회오리맨처럼 멋져지고 싶은 수호, 항상 바쁜 엄마가 섭섭한 지우, 한 번쯤은 선생님의 칭찬을 들어 보고 싶은 다해의 이야기이다. 일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평범한 주인공들이 등장하지만 어른들의 무신경한 말이 던져지는 순간, 이야기는 예측 불가의 마법 같은 판타지로 흘러간다. 『레기, 내 동생』으로 평단과 독자의 주목을 받았던 최도영 작가의 신작으로, 이번 작품에서도 작가 특유의 재기 넘치는 이야기 솜씨가 펼쳐진다.
어린이의 마음을 딱 알아주는
솔직 유쾌한 판타지
『숙제 손 지우』의 이야기에는 모두 일상을 판타지로 바꾸는 순간들이 등장한다. 「파마 임금님」의 수호는 미용사 아주머니의 “형이랑 동생 중에 누가 더 잘하나 봐야지.” 하는 무신경한 한마디에 멋진 파마를 기대하며 부풀었던 마음이 푹 가라앉는다. 수호는 눈앞에 나타난 파마 임금님에게 부탁해 미용사 아주머니와 어른들의 머리를 우스꽝스럽게 바꾸어 버린다. 「숙제 손 지우」의 지우는 넘어져서 다쳤다는 데도 “숙제 있니?”부터 물어보는 엄마가 너무 서운하다. 결국 말해도 소용없는 입, 공부하는 데 필요 없는 다리 등이 하나씩 없어지고 숙제하는 두 손만 남는다. 지우의 손은 숙제를 엄청난 속도로 해치운다. 「맞혀 맞혀 다 맞혀」의 다해는 피구 경기에서 선생님한테 “에이, 그걸 못 맞혀?” 하고 핀잔을 듣는다. 속상한 다해에게 이야기 속 빌헬름 텔이 말을 걸어오고, 그때부터 보이지 않는 구슬이 아이들을 맞히기 시작한다. 소소한 상상력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현실을 통쾌하게 비틀어 어린이의 마음을 후련하게 하고, 답답한 마음을 툭 털어낼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다른 사람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성장하는 어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