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서문 - 조선, 아래로부터의 역사
제1장 망각의 터, 잊힌 역사
1 왜 아래로부터의 역사인가?
2 망각, 그 부끄러운 기억
3 과거는 누구의 기억인가?
4 정의를 위한 관용: 역사의 필연성
5 부끄러운 기억, 망각의 역사로
6 아래로부터의 역사
제2장 망국의 시대
1 사대부 양반의 나라, 조선
2 임진왜란: 백성을 버리다
3 유교 정치 이념: 성리학 사상과 당쟁
4 병자호란: 사대주의의 비극
제3장 사대 명분의 정치
1 신분과 특권을 지켜라
2 세도정치 시대: 타락과 부패의 시대
제4장 농민들은 말한다
1 그들의 저항의식이 담긴 이야기
2 농민들의 분노: 양반들을 죽여라
3 농민전쟁: 좌절된 평등한 세상의 꿈
4 양반과 천민: 뜻이 다른 투쟁의 길, 의병
제5장 조선인의 세 갈래의 선택
1 친일과 순종, 그리고 항일
2 평범한 사람들의 두 이야기
제6장 해방정국의 사회
1 독립의 그늘
2 갈등과 공포의 공간
3 조국에서의 ‘서로 죽이기 게임’
4 원한과 복수의 시대
5 결론: 적으로 살기 - 망각과 기억
참고문헌
찾아보기
역사는 지배층의 전유물이었다
지배층, 그들이 만든 역사!
조선은 오늘날의 민주주의 공화정과 달리 왕을 중심으로 사대부 양반들이 백성을 지배했던 신분제 국가였다. 특히 사대부 양반들은 모든 지식을 독점해 자신들의 관점으로 역사를 기록해 신분제 체제를 강화함으로써 끊임없이 권력 독점 체제를 재생산해왔다. 이렇게 소수의 지배층인 사대부 양반들이 절대다수의 피지배층 백성을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역사에서 피지배층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의 역사에는 대부분 지배층과 통치자에 대한 훌륭한 업적들이 나열되어 있고 피지배층에 관한 기록은 거의 없다. 그리고 지배층은 이렇게 자신들을 중심으로 기록한 역사를 모든 피지배층에게 기억하도록 하여 순종과 복종을 강요해왔다. 마치 세상 모두가 지배층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역사를 꾸며 피지배층에게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가 정당한 것이라고 세뇌해온 것이다. 더 나아가 지배층은 피지배층의 모든 기억을 지워버림으로써 이들의 세상을 어둠으로 만들어버렸다.
해방 후 한반도에서 벌어진 동족상잔의 비극은 조선시대의 신분 갈등과 적대감이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과 항일투쟁 과정에서부터 서서히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해 해방 후 이념의 이름으로 폭발한 것이다. 조선의 일제 식민지화가 사대부 양반 지배층이 안간힘을 쓰면서 봉건적 신분제의 기득권을 유지하려 한 데서 비롯되었듯이, 남북 분단 역시 이들 신분 출신의 민족지도자들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이념 대결을 벌인 정치 구도에서 발생한 것이다. 조선시대의 지배층 출신 자본가나 지주들은 보수적 자본주의를, 피지배층 출신 민중들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를 선택해 각자 유리한 정치 체제를 수립하려고 치열하게 다투었다. 그러므로 이 두 진영 사이 충돌의 본질은 이념을 앞세운 신분제에서 생겨난 계급 간 적대감과 증오심이다. 결국, ‘친일파’와 ‘빨갱이’는 사대부 양반과 천민 상놈을 대신한 다른 명칭일 뿐이다.
왜곡의 역사는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조선의 지배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