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웠던 다섯 살 아이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 그날 5·18,
기억해야 할 우리 모두의 이야기!
“아빠아~!”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아빠를 부르는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에게 아빠는 다정한 친구였고, 용감한 영웅이었지요. 아이와 아빠는 매년 사계절을 함께 보내며 평범하지만 행복한 일상을 보냈습니다.
꽃이 피는 봄이면 마당에 나와 함께 꽃을 보고 자전거를 타고 놀았고, 더운 여름에는 넓고 푸른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시원한 수박도 먹었습니다. 노란 호박처럼 가을이 익어가는 날이면 꼭꼭 숨바꼭질도 하고, 아빠 등에 업혀 마을 한 바퀴를 돌기도 했습니다.
하얀 눈 내리는 겨울에는 따뜻한 집 안에서 커다란 아빠 발등을 타고 하나 둘 걸음마 놀이랑 실뜨기 놀이를 했습니다. 아이는 그렇게 아빠와 함께 훌쩍 자라났습니다.
아이가 다섯 살이 된 어느 봄, 다정하고 용감했던 아빠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애타게 “아빠아~!” 하고 불러도 어쩐 일인지 아빠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림책 《봄꿈》에서 고정순 작가는 무자비하고 잔인했던 그날 5월 18일을, 온전히 평화로웠던 일상을 빼앗겨 버린 어린아이의 이야기로 전하고 있습니다. 그림책 작업을 시작하기 전, 《봄꿈》의 주인공이며
이제는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조천호 군으로부터 아직 어린 아이들이 받을 충격이 두려워 지금까지도 그날의 진실과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자신의 입으로 말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고정순 작가는 어른들을 대신해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아이들에게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다짐했고, 그렇게 그림책 《봄꿈》이 완성되었습니다.
《봄꿈》은 잔인하고 아픈 역사적인 사실과 장면을 낱낱이 꺼내어 보여 주는 대신, 어느 작품보다 평화로운 글과 그림으로 그날을 표현하였습니다.
봄날의 햇살처럼 따스한 개인의 일상이 깨지는 아픔을 보여 줌으로써 공감의 깊이를 더하고, 아이들 스스로가 “왜?”라고 질문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