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히지 않는 전쟁의 기억 때문에
상처받은 이들에게 전하는 희망
어린 시절에 겪었던 일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사라지지 않고 남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해도,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남아 있기 마련입니다. 그 기억은 살아가는 데 힘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상처가 되어 두려움으로 남기도 합니다. 특히 그 기억이 ‘전쟁’이라면, 이 작품의 주인공인 밀라처럼 상처는 오래도록 크게 남아 삶에 영향을 미칩니다.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감히 말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공포가 뿌리 깊게 남아 자신과 가족을 괴롭히고, 끝끝내 그 기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역사가 전쟁이 남기는 상처와 폐해를 후대에 보여 준다 해도, 전쟁은 세계에서, 한 나라 안에서 지금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하루아침에 집과 고향을 잃은 난민이 생기고,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은 물론 살아남은 사람 모두에게 뼈아픈 상처가 남습니다. 작가는 어린 시절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흐릿한 기억을 그려내며, 회복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책장을 천천히 넘겨 마지막 장까지 읽고 나면 작가가 전하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어두운 기억이라도, 그것이 몇십 년이 지난 날까지도 남아 괴롭힌다 해도, 바람에 날려가고야 마는 구름처럼 언젠가 그 고통스러운 기억도 지나갈 것이라는 믿음이지요. 여기에는 그 기억을 잊어버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시간과 평화가 꼭 오길 바라는 소망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장에서 주인공의 얼굴은 그런 믿음과 소망을 보여주듯 처음으로 미소를 띱니다. 주인공의 다섯 살부터 서른네 살까지 어두운 기억을 따라갔던 독자들은 희미하게 미소 짓는 주인공을 마주 보며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습니다.
그림 작가인 제라르 뒤부아는 피난 행렬과 전쟁 속에서 꿈인지 현실인지 구별이 잘 되지 않는 어린 시절의 흐릿한 기억을 그림으로 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오래된 흑백사진이나 판화 그림처럼 보일 정도로 색을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