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29페이지
이건…… 이건…… 멜리스는 차마 생각을 입에 담을 수 없었다. 자신이 지금 겪고 있는 일, 그게 무엇이든 간에 말로 꺼내면 곧바로 사실로 굳어져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아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생각을 마음속에서 떨쳐 버리지도 못했다. 책상 위에 놓인 이 물건이 멜리스이며, 더 이상 멜리스는 멜리스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했다.?
?
32페이지
멜리스는 큰 소리로 알려 주고 싶었다. 물론 스마트폰이 된 상태로 어떻게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목소리가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말하고 싶었다.
멜리스의 몸이 다시 흔들렸다. 그리고 허공에서 숫자와 글자 너머로 메시지가 나타났다.
어떻게 변했는데?
세상에 이게 뭐지??
버락에게서 온 문자였다.
버락이 답장을 보냈다! 방금 멜리스가 생각한 말에 그가 곧바로 반응했다!?
?
40페이지
멜리스는 남자아이의 발소리와 서랍이 열리고 책들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어느 순간 남자아이 손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았고 멜리스의 몸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가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 남자아이가 멜리스를 주워들었다.?
멜리스는 위아래로 크게 흔들렸다. 남자아이가 멜리스를 주머니에 넣고 어딘가로 걸어갔다. 멜리스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가 멜리스를 다시 집어 들자 비로소 멜리스는 앞이 보였다. 그 자리에는 금발인 다른 남자아이가 있었다. 땀범벅인 얼굴을 하고선 환하게 웃고 있었다. 두 명은 나무 아래에 나란히 앉았다.?
“이건 얼마나 받을까?”
?
55페이지
멜리스는 자신의 유심 카드가 빠져서 좀 걱정했다. 이제 어떻게 될까? 분명한 건 더 이상 버락의 문자를 받을 수 없다는 거다.
‘어쩌면 그 편이 더 나을지도 몰라. 버락은 내 배터리가 나간 줄 알 거야. 내가 원래대로 돌아가면 전부 다 말해 주면 돼.’
멜리스는 생각했다. 그런 다음 가장 큰 고민을 다시 시작했다.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하면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