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씨앤톡 고학년 동화 2권.
평량갓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멍석말이를 당한 백정,
아버지를 잃고 거지 굴에서 앵벌이 노릇을 하게 된 소년,
환곡미를 빌렸다가 제때 갚지 못해 맞아 죽은 농부,
양반 집에 억지로 끌려가버린 어린 소녀…….
그리고 신묘한 기운으로 이들 주변을 맴도는 그림자 사내.
1894년, 동학 농민운동을 배경으로
차별과 폭압, 핍박을 딛고 일어선 민초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맞아 죽은 백정의 아들, 욱이의 손에 의해 새롭게 쓰이는 역사
조선시대 말, 하층민은 누구나 평량갓을 씀으로써 자신의 천한 신분을 밝히고 다녀야 했다. 욱이는 백정인 아버지가 평량갓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맞아 죽게 되면서 졸지에 고아가 되고 어린 여동생 갓난이와도 생이별을 한다.
거지 굴에 잡혀 앵벌이를 하던 욱이는 보부상의 봇짐을 훔치려다 들키고, 욱이의 딱한 사연을 들은 보부상은 욱이를 데리고 다니기로 한다.
거지 굴 막돌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보부상 아재와 함께 봇짐을 지고 다닌 지 1년. 먹고살 걱정이 없어진 욱이는 이제 동생 갓난이를 닮아 유난히 정이 가는 순이에게 어떻게 마음을 전할지가 최대의 고민이다.
욱이는 보부상 아재의 심부름을 다녀오던 산길에서 묘한 기운을 뿜는 그림자 사내를 만난다. 사내는 초라한 행색으로 숨어 지내는 듯하지만 어딘지 모를 강렬한 인상을 풍긴다. 도망 다니느라 굶주린 사내의 모습이 거지 굴에서 도망쳐 나온 자신의 신세와 비슷하다고 느낀 욱이는 자기가 먹으려고 싸 온 주먹밥을 건넨다. 이것이 그 사내와의 첫 인연이 된다.
평온한 나날이 이어지던 어느 날, 욱이 앞에 불현듯 거지 굴의 두목이었던 막돌이가 나타난다. 양반 대감의 사주를 받아 달아난 노비를 잡는 추노꾼이 되어 마을을 떠돌다 우연히 욱이와 마주친 것이다.
막돌이는 욱이에게 보부상의 돈을 훔쳐다 바치라고 협박한다. 욱이는 다시 지옥 같은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지, 자신을 거두어준 보부상 아재를 배신할지 갈등에 휩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