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해야만 하는 아이
귀엽고 다정한 소혜는 새 학기 첫날부터 반의 중심이 된다. 모두가 인기 많은 소혜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하고 소혜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지온이 역시 소혜처럼 해맑은 친구라면 맑은 숨만 내쉴 거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교실을 뒤덮은 회색 연기의 시작은 늘 소혜였고, 지온이는 모두가 자기만 바라보고 귀 기울이는데도 거짓말을 하는 소혜를 이해할 수 없다. 결국 소혜에게 속는 친구들이 안타까워 소혜가 중심에 있는 원 밖으로 나와 버린다. 그러다 우연히 병원에서 소혜를 보게 되고, 지온이의 눈에 회색 연기 안의 또 다른 소혜가 들어온다. 장애가 있는 언니에게만 관심이 쏠려 있는 엄마의 눈을 잠시라도 자기를 향하게 하기 위해 회색의 입김을 뿜어내는 소혜에게서 외로움의 색깔이 보였던 것. 지온이는 여전히 너무 쉽게 거짓말을 하는 소혜가 싫지만 조금은 알 것도 같다. 공주처럼 우아해 보이지만 자신이 중심이 되지 않으면 초조해하던 소혜의 마음을, 늘 불안한 듯 손톱 밑에 피가 맺혀 있던 소혜, “나는, 누구든 나를 보게 하고 싶으면 거짓말부터 나오던데.”라고 말하던 소혜였다.
*거짓말 속에 숨겨진 ‘마음’ 스펙트럼
거짓말을 보는 아이 지온,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아이 민하, 거짓말을 너무 쉽게 하는 아이 소혜. 세 아이의 공통 바탕에는 ‘거짓말’이 있지만 이 책은 거짓말의 흑과 백, 옳고 그름에 대해 정답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거짓말 속에 담긴 누군가의 마음의 색깔을 보라고 한다. 지온이의 눈을 따라가며 거짓말을 바라보는 다양한 각을 만들어 낸다. 지온이가 이상한 꿈을 꾸기 전에 읽었던 《양치기 소년》의 소년은 왜 거짓말을 했을까? 모든 아이들의 중심에 있는 소혜는 왜 거짓말을 멈추지 못할까? 거짓말을 하지 못해 소혜와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하는 민하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처음 거짓말을 보게 된 지온이는 거짓말의 색깔은 회색, 회색의 입김을 뿜는 사람은 거짓말쟁이로 선을 그었다. 사람들을 화나게 하면서도 거짓말을 반복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