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1부
들어가는 말. 『모스크바 일기』, 어떤 혁명의 기록
1장. 장난감 마니아 발터 벤야민: 혁명의 시간성에 관하여
2장. 혁명적 연극이란 무엇인가: 메이예르홀트와 브레히트 사이에서
3장. 혁명 이후의 문학: 생산자로서의 작가
4장. 영화(적인 것의 기원으로서의 모스크바: 촉각성에서 신경감응까지
2부
5장.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사물론과 히토 슈타이얼의 이미지론: 트레티야코프와 아르바토프를 중심으로
6장. 러시아 우주론 재방문: 시간성의 윤리학 혹은 미래의 처방전.
[부록] 안톤 비도클·김수환 대담: 뮤지엄, 그 믿기지 않는 이상함에 관하여
7장. 아방가르드 뮤지올로지: 폐허에서 건져 올린 다섯 개의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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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에트 아방가르드의 맥락에서 새롭게 읽는 『모스크바 일기』
넝마주이가 건져 올린 파편적 이미지 속에 담긴 혁명의 기억들
벤야민의 『모스크바 일기』는 다소 기이한 기록으로, 혁명기 모스크바를 방문했던 벤야민이 ‘혁명의 넝마주이’가 되어 ‘인상’이라는 집게로 걷어 올린 일종의 누더기 텍스트라고 말할 수 있다. 러시아어를 몰랐던 그는 보고 느끼는 것 이외의 수단을 갖고 있지 않았다. 벤야민의 마르크스주의적 전환의 배경에 이 모스크바 경험이 모종의 역할을 했을 거라는 느슨한 추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모스크바 일기』는 면밀한 연구의 대상이기보다는 사적인 벤야민의 모습을 보여주는 참조 자료, 특히 아샤 라치스라는 여성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읽혀왔다. 김수환은 『모스크바 일기』를 다른 각도에서 독해할 것을 제안한다. 그는 이 텍스트가 벤야민 사상의 성좌를 형성하게 될 온갖 파편들이 흩뿌려져 있는 사상의 보고이자 한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새로운 시대가 목전을 이룬 상황, 이른바 ‘역사의 대기실’ 풍경을 보여주는 빼어난 문헌 자료라고 이야기한다. 즉 사상가 벤야민을 보여주는 만큼이나 혁명기 소비에트 사회를 들여다보기 위한 탁월한 이중의 도큐먼트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실패한 가능성들과 현재와의 조우
“장난감이 가득 들어찬 커다란 가방만을 갖고 돌아온 벤야민,
그는 진정 그 밖에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했던 것일까?
이 책은 모스크바에서 장난감들을 잔뜩 사들고 돌아왔던 벤야민의 독특한 행적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해, 『모스크바 일기』에 담겨 있는 혁명의 흔적들을 하나씩 끄집어내 그것을 둘러싼 온갖 기억과 이후의 궤적들을 이어 붙여나간다. 벤야민은 혁명기 모스크바에서 구시대의 유물을 상징하는 장난감, 바로 그 ‘사라져가는 과거’를 붙잡으려 그토록 동분서주했던 것일까? 장난감의 시간성을 바라보는 벤야민의 입장과 그의 역사철학 사이에 모종의 상동성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벤야민의 장난감론을 경유해 ‘혁명은 자신의 과거를 어떻게 취급하는가’라